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일정에서 경제사절로 측면지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SK그룹 총수로 미국 측에 건낼 수 있는 투자보따리를 안고 있는 만큼 이번 방문에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한국 경제계를 대표해 한국과 미국 경제협력의 소통창구 역할을 하는 데도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
SK그룹은 미국 내 배터리사업 투자를 비롯해 코로나19 백신 관련 바이오사업 등으로 한국과 미국 경제협력 중심에 있는 전기차배터리, 바이오, 반도체 관련 사업에 앞장서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미국에 일주일가량 머물면서 수잔 클락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미국 정재계 인사들을 두루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앞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뒤
문재인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에 SK그룹 회장으로서만 동행했는데 이번에는 대한상의 회장의 자격으로 ‘경제외교’ 선봉에 서게 됐다.
최 회장의 미국 인맥들과 SK그룹의 배터리, 바이오사업 행보, 글로벌시장에서 차지하는 입지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뤄질 경제협력분야 논의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사업무대를 글로벌시장으로 넓혀와 미국에서도 두터운 인맥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SK그룹이 2018년부터 미국 워싱턴DC에서 열어온 ‘SK의 밤’ 행사를 주최하며 미국 정·관·재계 인사들과 관계를 넓혀왔다.
SK의 밤은 SK그룹이 미국 주요 인사들에게 SK의 글로벌 경쟁력을 소개하고 협력을 모색하는 자리로 에드원 퓰너 해리티지재단 회장, 존 햄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소장,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 등도 참석했다.
최 회장은 세계적 경제포럼인 다보스포럼에서 국내인사 최초로 동아시아 지역경제 지도자회의 공동의장을 맡았고 한국 기업인 최초로 유엔글로벌콤팩트 이사에 선임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SK그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배터리, 바이오, 반도체분야에서 미국 현지 사업과 투자를 활발히 펼치고 있는 기업이다.
최 회장은 양손에 미국이 반가워할 실질적 투자보따리를 들고 갔다.
SK이노베이션은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1일 미국 완성차기업 포드와 전기차배터리 합작법인을 세워 미국 배터리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이미 미국 조지아주에 약 3조 원을 투자해 전기차배터리 1, 2공장을 짓고 있다. 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조지아주 전기차배터리 3, 4공장을 추가로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SK그룹의 미국 현지 배터리사업 투자 확대는 미국이 세계 배터리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보탬이 될 선물이라고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번 일정에서 최 회장과 함께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배터리공장 건설현장을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는 한국과 미국의 전기차배터리 협력에 한국 정부의 지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SK그룹은 계열사 SK바이오사이언스가 미국 바이오기업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등 사업을 하고 있어 한국 정부가 미국과 코로나19 백신사업 등 다양한 바이오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데도 한몫을 맡고 있다.
문 대통령은 앞서 17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번 미국 방문을 한국과 미국의 백신 협력을 강화하고 한국을 글로벌 백신 생산의 허브로 나아가게 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에 오른 뒤 여러 자리에서 세계가 산업적 환경적 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는 만큼 정부와 경제계의 협업을 통한 국가 차원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최 회장은 올해 3월 수잔 클락 미국 상의 회장에게 보낸 취임 축하서한에서도 “한국과 미국의 상의가 두 나라 경제협력 강화를 위한 중추적 역할을 하자”며 “한국의 기업인들과 미국을 방문해 한미 경제협력 과제에 관해 논의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최근 반도체, 배터리 등 4차산업혁명시대 성장산업들을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 미국과 중국의 갈등 등으로 경제외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시점이다.
최 회장은 3월24일 제24대 대한상의 회장으로 공식 선출된 뒤 “국가의제 해결에 경제단체들이 더 적극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청와대, 정부기관, 국회 등 정치권과 소통에 적극적 모습을 보여왔다.
최 회장은 미국 출국을 앞두고 18일 한미동맹 학술행사 환영사에서 “미국 행정부가 세계와 교류를 재개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오늘날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며 한미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번 방미일정에서 코로나19 방역문제 등을 이유를 든 미국 측의 요청으로 정식 경제사절단이 아닌 비공식 사절단을 꾸렸다. 최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 자격으로 경제단체장들 가운데 유일하게 한미 정상회담 일정에 동행하게 됐다.
최 회장 등 기업인들은 백악관 정상회담에 동석하지 않지만 미국 상무부가 만든 경제인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