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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 강화 방향 및 은행의 수수료 체계 개선'에 대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신동규 전국은행연합회장이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뉴시스> |
은행들이 수수료 수입이 줄자 현금자동지급기(CD)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을 줄이는 등 고객서비스를 축소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6개 주요 은행의 수수료 수입이 3년 만에 15% 줄었다. 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외환 은행의 수수료 수입은 올해 1분기 1조434억 원으로 연간으로 따지면 4조1736억 원이다. 2011년 이들 은행의 수수료 수입은 4조9470억 원이었다.
3년 동안 줄어든 금액은 7천억 원대로 KB국민은행(8775억 원), 하나은행(6552억 원) 등 대형 시중은행의 한 해 순이익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수수료 중 창구송금이나 CD, ATM 같은 자동화기기 이용 등 직접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업무의 수수료 수입이 가장 많이 줄었다. 특히 외환은행은 고객수수료 수입이 2010년 256억 원에서 올해 138억 원으로 거의 반토막 났다.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자 은행들은 CD와 ATM을 줄이고 있다. 이 기기들은 현재 쓸수록 적자다. 인건비나 설치 및 유지비, 임차료 등이 지속적으로 나가는 반면 고객이 이 기기들을 이용했을 때 은행 입장에서 받을 수 있는 수수료는 적기 때문이다.
2009년 전국에 3만2천902개였던 6개 은행의 CD, ATM은 지난 3월 말 2만6천110개로 7천 개 가까이 (20.6%) 줄었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화기기 수수료 적정성 연구’ 보고서를 통해 수수료 인하 직후인 2012년 은행들이 ATM 운영으로 844억 원의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ATM 한 대당 평균 166만 원 정도 손해가 난다는 의미다. 임차료가 비싼 수도권의 경우 손해 정도가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시중은행들은 당분간 비난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줄어들 수익에 대한 대책 마련은 하지 않고 여론에 떠밀려 급하게 수수료를 내렸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2011년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의 주도 아래 자발적으로 수수료를 내렸다.
미국에서 일어난 월가 시위로 전 세계에서 금융권에 대한 반발심이 커진 데다가 대형 시중은행들이 평균 138개가 넘는 각종 수수료를 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보호해야 하는 금융당국에게도 비난이 쏠리자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을 압박했고 은행들이 일제히 수수료 체계를 정비하며 수수료를 내렸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등이 소액 현금인출 수수료를 절반으로 내렸고 하나은행은 영업외 시간 이체수수료를 아예 없앴다. 노인과 장애인 등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수수료 감면 혜택도 대대적으로 추진했다.
당시 은행들은 너나없이 고객과 사회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며 업계최저 수수료를 내세웠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은행도 많았다. 그러나 결국 고객서비스를 줄여왔던 것이 드러나 비난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은행 입장에서 애물단지나 마찬가지인 CD와 ATM을 줄인 것은 어쩔 수 없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수수료 체계 자체를 다시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과도한 수수료 인하 압박은 은행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은행마다 수수료 기준이 다르고 주먹구구식인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지난해 수수료 현실화를 위해 원가내역 분석을 시도했으나 수수료를 인상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잠정 중단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