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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이 4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총회가 끝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과 은행장들이 올해 성과연봉제를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은행장들은 대졸 신입 은행원의 초임도 줄이기로 했다.
하 회장과 은행장들은 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총회에서 현행 호봉제 중심의 은행 임금체계를 성과 중심의 성과연봉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은행 17곳을 포함한 금융기관 34곳으로 구성된 금융권 회사 측 단체다. 하 회장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회장도 겸임하고 있다.
하 회장은 총회 브리핑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은 금융권의 현실을 감안하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며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성과연봉제를 사용자 측의 요구사안으로 넣어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지난해 시가총액은 순자산가치의 40%에 불과했다.
저금리로 이자이익 등이 감소하면서 자산이나 자기자본을 운용해서 얻는 수익은 계속 줄어든 반면 인건비는 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의 44%를 인건비와 전산비 등으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55%에서 지난해 62%로 커졌다.
하 회장은 "현행 호봉제 중심의 연공형 임금체계는 은행의 수익과 무관하게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고정비화 되기 때문에 수익성 악화를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은행장들은 노동조합과 임금단체협상을 할 때 금융공기업에 대한 정부의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을 참고하기로 했다.
하 회장은 “성과연봉제의 도입은 금융공기업보다 민간기업이 더 절박하다"며 ”은행장들도 금융공기업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으로 성과연봉제를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장들은 신입 대졸 은행원의 초임을 낮추는 데에도 합의했다.
하 회장은 “은행원의 초임은 연간 5천만 원 수준으로 다른 산업은 물론 금융산업의 다른 업종보다도 높아 채용을 제한하고 있다”며 “전체 채용인원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급여 수준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 회장은 이날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금융산업노조와 공동 태스크포스팀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 회장은 “성과연봉제는 회사 측에서 강제할 수 없으며 노사가 대화를 통해 합의해야 한다”며 “김문호 금융노조위원장을 조만간 찾아가 공동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하 회장과 은행장들의 성과주의 확대 움직임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자율적 노사협의를 빙자해 전체 금융산업에 성과연봉제를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어 “회사 경영진들의 성과연봉제 도입 논의는 금융위원회에 부화뇌동하는 것”이라며 “금융위와 회사 측의 성과연봉제 도입 시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