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경쟁에서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최고위원과 초선 김웅 의원 등 소장파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소장파의 약진을 두고 국민의힘의 변화를 바라는 일반국민의 여론이 확인된 것이란 해석이 많다. 당대표 경선룰과 소장파의 단일화 여부에 따라 전당대회에서 소장파가 당권을 잡는 이변이 벌어질 수도 있다.
▲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로 거명되는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왼쪽부터), 김웅 의원, 윤희숙 의원, 김은혜 의원.
13일 정치권 안팎에서 국민의힘 당대표 경쟁에서 소장파의 선전을 놓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선이 늘고 있다.
민주당계 정치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그쪽(이 전 최고위원이나 김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민주당이 상당히 위협을 느껴야 된다”며 “이준석보다는 나경원이 당의 얼굴이 되는 것을 민주당이 상당히 환영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11일 공개된 한겨레 인터뷰에서 “과거 정치와 인연이 없는 사람을 대표로 뽑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 될 거다”라며 소장파에 힘을 실었다.
김 전 위원장은 “정당 대표 자리를 맡는 데 과거처럼 정치경험이 많아야 할 필요가 없다”며 “영국 노동당은 토니 블레어 같은 신인을 내세워 집권했고 영국 보수당도 36살 데이비드 캐머런을 당수로 뽑아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쟁에서 소장파의 선전은 여러 차례 여론조사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여론 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12일 내놓은 ‘국민의힘 다음 당대표 지지도’ 조사결과를 보면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김웅 의원의 지지율은 각각 13.1%, 6.1%로 집계됐다.
애초 가장 유력한 당대표 후보로 꼽혔던 나경원 전 의원(13.1%)과 주호영 의원(7.5%) 등 정치경력이 화려한 중진들과 비교했을 때도 뒤쳐지지 않은 셈이다.
게다가 윤희숙, 김은혜 등 초선 의원들이 당대표 출마를 검토하고 있어 당대표 경선에서 소장파의 파급력이 어느 때보다 커질 수 있다.
윤 의원은 이른바 ‘임대차 3법’을 반대하는 ‘나는 임차인이다’라는 연설로 단숨에 전국적 인지도를 얻었다. 김 의원은 방송사 앵커와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 등을 지내며 얼굴을 많이 알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소장파 후보들이 여론의 관심을 독점하며 오히려 중진 후보들이 신진 후보들에 가려 보이지 않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초선급 소장파 후보들이 여럿 뛰어들며 이들 사이에 후보 단일화를 통해 연대전선을 형성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수의 소장파가 당대표에 도전하는 게 소장파가 당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소장파를 지지하는 표가 분산되면 오히려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웅 의원과 교류하면서 생각이 다른 점을 많이 못 찾았다”며 “분위기를 봐서 단일화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김웅 의원도 이날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이 전 최고위원과 김은혜 의원은 우리 당이 변화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자기희생을 할 각오가 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소장파 후보들의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소장파의 예상 밖 선전은 경선 룰을 둘러싼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직전 전당대회에서 적용됐던 당원 70%, 여론조사 30%를 반영하는 경선규칙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당원 기반이 약한 소장파에게 크게 불리할 공산이 크다.
직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전당대회에서도 일반여론조사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앞섰지만 결국 당원들의 지지를 많이 얻은 황 전 대표가 당대표로 선출된 바 있다.
그렇다고 경선룰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중진 대 소장파의 경쟁구도가 형성되면서 중진 쪽에서 경선룰 개정에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소장파가 득세한다면 중진 의원들 전부가 한꺼번에 기세를 잃을 수 있다. 양보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황우여 국민의힘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은 11일 1차 선관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경선룰을 바꾸기 위해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것은 시일이 촉박해 상당히 어렵다”며 “경선룰을 결정하는 것은 비상대책위원회가 결정해 전국위원회에서 확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당원들이 보수적이라 경선룰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