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꿈꿔온 ‘한국의 골드만삭스’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은 4년여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금융당국으로부터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이 발행어음 사업자가 된 데 따라 발행어음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12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발행어음사업을 할 수 있는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았다. 이르면 5월 안에 발행어음 상품을 내놓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의 초대형 종합금융투자회사(IB)가 자기 신용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이다.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1분기 자기자본 규모는 9조6천억 원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19조 원을 넘는다.
2020년 말 기준 발행어음 잔고는 16조 원가량인데 미래에셋증권이 발행어음시장에 진출하면 발행어음시장 자체가 2배 넘게 커질 수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발행어음사업자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의 절반 이상을 기업 대출과 회사채 매입, 지분투자, 사모투자펀드(PEF) 출자 등 기업금융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발행어음 덕분에 다양한 투자금융(IB)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대규모 자금 확보가 가능해진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미래에셋증권은 발행어음에 이어 종합투자계좌(IMA)사업에도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은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뒤 종합투자계좌사업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둔 바 있다.
종합투자계좌는 증권사가 고객으로부터 유치한 자금을 운용하고 수익을 지급하는 계좌를 말한다. 은행 예금처럼 원금이보장되면서 금리도 높아 투자자들로부터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투자계좌사업은 자기자본 8조 원 이상 증권사에만 허용되는데 국내 증권사 가운데 이 조건을 충족한 곳은 미래에셋증권이 유일하다.
자기자본의 2배까지만 발행할 수 있는 발행어음과 달리 종합투자계좌는 한도가 정해져 있지 않아 발행어음보다 훨씬 많은자금을 모을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으로서는 자기자본 규모가 글로벌 투자회사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작다는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한국의 골드만삭스’ 포부를 실현하는 데도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게 됐다.
박 회장은 2007년 내놓은 자서전을 통해 “미래에셋그룹을 아시아 1위의 금융투자회사로 키워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골드만삭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증권업계를 기준으로 보면 가장 많은 자본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박 회장이 목표로 내건 미국 골드만삭스의 자기자본은 100조 원대이고 일본 노무라증권의 자기자본도 3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