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이사가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 연구성과를 앞당기기 위해 자체적으로 개발을 마치겠다는 계획을 틀어 기술이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도 있다.
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가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글로벌제약사를 상대로 엔젠시스를 기술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이사.
글로벌제약사가 지닌 제반 기술 등 역량이 보태진다면 신약 개발에 더욱 탄력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자체기술만으로 신약 개발에 성공한 사례가 드문 데다 신약 개발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헬릭스미스가 언제까지 자체 자금력만으로 신약 개발을 이어갈 수 있을지 장담하기도 어렵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올해 2월 자회사 제노피스를 매각하면서 우선 한숨을 돌렸지만 엔젠시스 개발이 완료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헬릭스미스는 현재 당뇨병성 신경병증(DPN)을 포함해 모두 6개 적응증을 대상으로 엔젠시스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의 임상3상을 진행하는 데만 200억 원 정도가 들 것으로 제약바이오업계는 추산한다.
게다가 김 대표는 그동안 기술이전과 관련해 내키지 않다는 태도를 지켜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기술이전과 관련해 가능성을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2018년 12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기술이전은 미성숙한 기술을 다른 제약바이오기업에 파는 것인데 엔젠시스는 이미 성숙한 기술이다”며 엔젠시스의 기술이전 계획이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헬릭스미스는 최근 국제학술대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엔젠시스(VM202)의 연구성과를 알리기에 힘쓰고 있는데 이를 두고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글로벌제약사와 접점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국제 학술대회는 전문가들과 연구 관련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글로벌제약사 등과 교류를 넓히는 기회로도 여겨진다.
김선영 대표 역시 ‘2021 세포&유전자 회의’에 참석한 뒤 “이번 행사에서 글로벌 제약 및 바이오기업들에게 엔젠시스(VM202)의 가치와 효능을 알리고 업계 관계자들의 발표를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사업전략을 파악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열릴 국제학술대회에 꾸준히 참여하며 글로벌기업과 소통 및 교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헬릭스미스는 4월 6~9일 열린 ‘2021 세포&유전자회의(2021 Cell & Gene Meeting on the Mediterranean)’에 참석한 데 이어 4월 23~25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37회 미국 통증학회(AAPM) 연례학술대회’에도 참여했다.
김 대표는 내년 10월까지 주주들에게 엔젠시스 연구개발에서 성과를 내겠다고 약속했고 헬릭스미스 보유지분까지 걸었다.
김 대표는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2022년 10월31일까지 엔젠시스 임상에 성공하거나 이때까지 주가를 10만 원으로 올려놓겠다”며 “두 가지 가운데 하나라도 이루지 못하면 내가 보유한 모든 헬릭스미스 주식을 회사에 출연하거나 주주들에게 환원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헬릭스미스는 당장 기술이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현재는 임상에 집중할 때라고 판단해 기술이전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우선은 엔젠시스의 미국 임상 등을 차질없이 추진하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엔젠시스의 임상 단계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은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로 현재 미국에서 임상3-2상이 진행되고 있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말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엔젠시스 임상 관련 수정 및 보완사항 등을 적극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파악되며 임상3-2상 결과를 지켜본 뒤 임상3-3상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