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가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를 되살리기 위해 관계사인 코오롱티슈진의 미국 임상3상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미국 임상3상에서 성과를 내는 것 말고는 인보사를 되살릴 방안이 마땅치 않은데 코오롱티슈진의 자금력만으로는 임상3상을 무사히 끝마치는 게 힘들 수도 있다.
3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이 국내에서 진행하던 인보사 관련 행정소송 2건을 취하하고 사실상 품목허가 취소처분 관련 행정소송만 남겨두면서 이 대표가 인보사를 되살리기 위해 우회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의견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인보사의 미국 임상3상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다시 인보사의 효능을 인정받는 식의 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선진적 의약품 평가기준을 갖추고 있어 이곳에서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인정받는다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20년 말 기준 코오롱티슈진 지분 12.55%를 보유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코오롱티슈진으로부터 인보사의 아시아 판권을 확보하고 있는데 최근 국내와 일본 등에서 벌이는 인보사 관련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면서 아시아 지역에서 인보사를 살릴 방안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9일 인보사 임상3상 시험계획 승인 취소와 인보사 의약품 회수 및 폐기명령 등 2건과 관련한 행정소송의 취하를 신청했다.
현재 인보사의 미국 임상3상은 코오롱티슈진이 도맡아 진행하고 있는데 자금조달이 임상 성공을 좌우할 한 가지 핵심요인으로 꼽힌다.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 임상3상을 진행하는 데 적어도 1천억 원가량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코오롱티슈진은 한국거래소로부터 부여받은 개선기간이 끝나는 2021년 12월까지 사실상 외부로부터 자금 수혈이 쉽지 않다.
2020년 12월 말 기준 코오롱티슈진이 보유하고 있는 유동자산 규모는 629억 원정도다.
다만 인보사의 미국 임상3상 지원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이 대표에게도 쉽지 않은 과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7년 뒤로 줄곧 영업적자를 내는 데다 인보사 관련 소송에 따른 추가적 비용부담도 안고 있다.
2020년 말 기준으로 코오롱생명과학에 제기된 인보사 관련 손해배상소송만 37건이다.
이 대표는 사실상 인보사 부활의 책임이 막중한 만큼 인보사를 되살릴 방안을 찾는 데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당초 인보사의 개발 초기부터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 등의 대표를 맡아 인보사 관련 사업을 총괄해왔다. 2019년 6월에는 인보사 논란 해결에 주력하겠다며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제약 대표 자리를 내려놓기도 했다.
올해 3월 연임에 성공한 것도 사실상 인보사 부활을 이끌 적임자로 여겨졌기 때문으로 제약바이오업계는 바라본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실적 반등을 위해서도 인보사를 되살릴 필요가 크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사업부문은 원료의약품과 향균제, 수처리제 등을 생산하는 케미컬사업과 바이오의약품을 개발, 생산, 판매하는 바이오사업 등 크게 2개 부문으로 나뉜다.
전체 매출에서 케미컬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3분기 기준으로 99.4%로 압도적으로 높지만 바이오사업에서 꾸준히 영업적자를 내면서 코오롱생명과학은 적자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말고도 신경병증성통증 신약, 고형암 신약 등을 개발하고 있지만 이런 신약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로 수년 안에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신경병증성통증 신약은 지난해 4월에야 미국에서 임상1/2a상에 들어갔고 다른 신약 후보물질인 고형암 신약은 아직 전임상 단계에도 진입하지 못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