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중소기업중앙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김 회장은 최근 원자재 가격이 올라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를 활용함으로써 공급원가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는 중소기업의 오랜 숙원이었다. 2008년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 납품대금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때 중소기업인들이 집단행동을 통해 이듬해 제도화에 성공했다.
막상 2009년 4월1일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가 도입됐음에도 실효성은 높지 않았다.
많은 중소기업이 제도의 존재조차 모르거나 알고 있다 해도 대기업의 거래중단 등 보복조치가 두려워 조정협의에 나서지 못했다. 일각에선 '빛좋은 개살구'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동안 중소기업협동조합이 개별기업을 대신해 납품대금 조정협의를 진행할 수 있었으나 전문인력 부족과 협동조합 규모가 영세해 협상력을 갖추지 못했다.
이에 김경만 민주당 의원은 2020년 6월 납품대금조정협의 주체에 중소기업중앙회를 추가하고 해당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을 뼈대로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9월 국회를 통과했고 올해 4월2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납품대금조정협의 주체가 됨에 따라 중소기업들이 납품단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와 함께 ‘경제4단체’의 하나로 꼽힌다. 그만큼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개정법 시행 1주일밖에 되지 않아 아직 신청 중소기업은 없다"며 "하지만 여러 문의전화가 걸려오는 등 관심은 높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보통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의 피해가 더 크다. 이는 '특이한' 계약방식에서 비롯된다.
대기업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상승분을 고려해 납품단가를 결정하는데 중소기업은 대부분 납품단가가 미리 정해져 있는 계약 방식으로 일감을 받아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기가 어렵다.
중기중앙회가 14일 발표한 ‘원자재 가격 및 물류비 상승에 따른 수출 중소기업 영향 조사’를 보면 수출 중소기업 45.3%가 공급원가 상승분을 납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중소기업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한 이유로는 가격경쟁력 저하(47.8%), 거래처와의 관계(28.7%) 등을 꼽았다.
김 회장은 그동안 중소기업이 납품대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힘써왔다.
납품대금 조정제도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도 정치권에 끊임없이 건의했다. 2020년 2월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을 만나 납품대금 조정제도 활성화를 포함한 주요 입법과제 10건을 전달했다. 지난해 12월 당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불공정 거래를 근절해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2021년 1월 상생협력법 개정안 시행에 대비해 중소기업중앙회 조직개편을 통해 ‘납품대금 조정센터’를 설치했다. 납품대금 조정센터는 중소기업들이 납품단가 조정을 신청하면 서류를 검토하고 대기업과 협상을 대행하는 역할을 맡았다.
김 회장은 대기업의 보복조치를 막기 위한 방안 마련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월5일 ‘2021년 제1차 대·중소기업 납품단가 조정위원회’를 열었다. 회의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대기업들의 보복행위를 방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납품단가 조정제도의 이행력 강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누리집(www.kbiz.or.kr)의 첫 화면을 통해 이 제도 시행을 적극 알리고 있다. 거기에는 "납품대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대신하여 중소기업중앙회가 남품대금조정협의를 도와드립니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조정협의을 원하는 중소기업은 5월부터 중소기업중앙회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 몰라서 신청을 못하는 일은 없도록 우선 홍보에 힘쓰고 있다”며 “앞으로 제도 개선을 위해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