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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민이 아이리버 인수를 검토하는 까닭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6-02 1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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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민이 아이리버 인수를 검토하는 까닭  
▲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SK텔레콤이 시장에 매물로 나온 아이리버 인수 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SK텔레콤이 아이리버를 통해 다시 음원시장에 진출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2005년 포기한 단말기사업도 다시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SK텔레콤이 음악재생기기회사인 아이리버 인수전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2일 알려졌다. 아이리버 최대주주인 보고펀드는 일본 다이와증권을 매각 자문사로 선정하고 지난 3월부터 매각을 추진해오고 있다. 현재 아이리버 매각에 일본계 음향기기업체와 국내 사모펀드 등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아이리버 인수설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아이리버 인수를 검토한 것은 맞지만 아직 인수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주식시장에선 SK텔레콤의 인수전 참여 기대감에 아이리버 주가가 52주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급등하고 있다.


업계는 SK텔레콤이 음원시장에 다시 진출하기 위해 아이리버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아이리버가 가진 고음질 음원 전문사이트인 ‘그루버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원래 로엔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국내 최대 음원서비스인 ‘멜론’을 운영했다. 하지만 증손회사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지배하려면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주회사법 규제가 걸림돌이 됐다. 로엔엔터테인먼트는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플래닛이 보유한 자회사였다. 결국 SK텔레콤은 지난해 7월 자회사인 SK플래닛이 보유한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 52.56%를 홍콩계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SK텔레콤이 공정위 규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음원시장에서 철수했지만 수익성이 큰 만큼 음원시장에 재도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특히 실시간으로 음원을 듣는 스트리밍시장이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다음카카오 등이 서비스를 본격화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에선 SK텔레콤이 아이리버를 인수해 고음질 음원 스트리밍이라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SK텔레콤이 아이리버 인수를 통해 음향기기 제조사업 자체에 뛰어들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이리버의 음원서비스뿐 아니라 2012년 첫 선을 보인 초고음질(MQS) 음원기기 ‘아스텔앤컨’을 통해 오디오사업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예상은 SK텔레콤이 2일 아남전자와 휴대용 고음질 와이파이 오디오의 제조와 판매 및 관련 서비스 제공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으면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남전자는 일본 야마하와 JVC 등 글로벌 음향기기업체의 제조업자 개발생산(ODM)을 맡고 있는 업체다.


이번 MOU를 담당한 육태선 SK텔레콤 신사업추진단장은 “두 회사의 핵심 경쟁력을 제품에 반영해 소비자들에게 가격 대비 최고의 만족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제품기획과 외관 및 사용자경험(UX), 디자인 개발, 서비스 운영을 담당한다. 아남전자는 제품설계와 제조, 품질검사 및 고객서비스(A/S)를 맡는다. SK텔레콤은 현재 개발중인 신제품이 올해 12월에 상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내년 1분기부터 해외시장도 공략할 예정이다.


업계는 SK텔레콤이 아이리버를 인수하면 애플처럼 독자적 음악 콘텐츠 브랜드를 보유할 수 있다고 본다. 자체적으로 음향기기와 미디어 콘텐츠를 보유함으로써 음원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이 아이리버 인수를 계기로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사업을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으로 보조금 규모가 축소됨에 따라 저렴한 자급제 단말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이리버는 지난해 자급제 스마트폰인 ‘울랄라’를 출시했다.


만약 SK텔레콤이 아이리버를 통해 스마트폰을 생산하게 되면 2005년 SK텔레텍을 팬택계열에 매각하며 사업에서 철수한 이후 거의 10년 만에 단말기 제조사업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자회사인 SK텔레텍을 통해 ‘스카이’라는 휴대전화 브랜드를 보유했다. 하지만 당시 정보통신부(현재 방송통신위원회)가 SK텔레콤을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판정해 2005년까지 단말기를 국내에서 연간 120만 대까지만 팔도록 제한했다. SK텔레콤은 2006년부터 제한조치가 해제되길 기대했지만 정부와 경쟁업체의 반대가 심해 결국 매각을 결정하게 됐다.


SK텔레콤이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예상 매각가격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보고펀드는 2009년 600억 원을 들여 아이리버의 전신인 레인콤을 인수했다. 보고펀드는 아이리버가 올해 1분기 2억5천만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4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만큼 최대한 많은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보고펀드가 투자금 전액을 회수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이리버에 투자했던 펀드의 만기가 오는 8월 도래하는 만큼 매각을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종가 기준으로 아이리버 시가총액은 644억 원이고 보고펀드 지분가치는 223억 원이다. 업계에선 보고펀드가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더해 최소 200억 원에서 최대 300억 원 정도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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