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극자외선(EUV) 장비를 활용한 4세대(1a) D램의 양산을 올해 안에 시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극자외선 장비는 반도체 노광공정(웨이퍼 표면에 빛을 쏘아 회로 패턴을 새기는 공정)용 설비로 10나노미터급 이하의 초미세공정에 쓰인다.
공정이 미세할수록 반도체 성능이 향상되는데 현재로서는 극자외선장비가 가장 미세한 공정을 구현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올해는 양산 초기로 1a 제품에만 극자외선 공정이 적용될 것이다”며 “앞으로 장비를 확보하는 대로 극자외선 공정의 적용범위를 넓히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는 올해 178단 낸드플래시의 양산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올해 안에 238단 낸드플래시 기술까지 확보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낸드플래시는 소재를 쌓아올리는 단수가 많을수록 성능이 좋아진다. SK하이닉스는 현재 128단 낸드플래시를 양산하고 있다.
이런 SK하이닉스의 기술력 강화를 통해 이석희 사장이 서버용 메모리반도체 수요를 공략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진행한 2021년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코로나19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원격시스템을 경험했고 정부와 기업체들도 클라우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서버 중심의 메모리반도체 성장 모멘텀이 더 빠르게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버용 메모리반도체는 모바일용이나 PC용과 달리 대량의 데이터를 저장해야 하는 만큼 큰 용량과 빠른 쓰기 속도가 필요하다. 그만큼 높은 기술력도 요구된다.
D램을 예로 들면 8GB D램이 모바일용과 PC용의 주류다. 반면 서버용으로는 32GB D램이 주로 쓰인다.
서버용 제품은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만큼 고부가제품이기도 하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1월 기준으로 D램 고정가격은 PC용과 모바일용 8GB D램이 각각 3달러, 28달러였는데 서버용 32GB D램은 115달러였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이 사장의 SK하이닉스 기술 강화 움직임이 단순히 고부가제품 비중 확대를 통한 수익성 개선을 노리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사업의 실적은 결국 시장 점유율에서 나온다”며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최근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서버용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고 말했다.
시장 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D램 수요 가운데 서버용 제품의 비중은 2019년 28%에서 지난해 31.5%까지 늘었다. 스태티스타는 서버용의 비중이 2022년에는 42%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낸드플래시에서도 서버용 저장장치로 쓰이는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의 시장 전망이 밝다.
시장 조사기관 모더인텔리전스는 글로벌 SSD시장이 2020년 348억6천만 달러(39조 원가량)에서 연평균 15%씩 성장해 2026년 803억4천만 달러(89조5천억 원가량)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는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상위 제조사들의 투자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의 낸드플래시 2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고 미국 마이크론은 일본 키옥시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중국 난야가 2027년까지 3천억 대만달러(12조 원가량)를 투자해 D램 생산설비를 증설하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앞서 SK하이닉스도 지난해 10월 10조 원을 들여 인텔 낸드플래시사업부를 인수했고 현재 글로벌 경쟁당국의 결합심사를 받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0년 4분기 글로벌 D램시장에서 점유율 29.5%로 2위에 올랐다. 1위 삼성전자는 점유율 42.1%, 3위 마이크론은 23%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점유율 11.6%로 4위에 올랐다. 그러나 6위 인텔의 8.6%를 더하면 합산 점유율 20.2%로 기존 2위인 19.5%의 키옥시아를 제친다.
이 사장은 인텔 낸드플래시사업부의 인수를 통해 SK하이닉스가 서버용 낸드플래시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고 점유율을 확대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SK하이닉스의 자체 기술력 강화가 더해진다면 글로벌 메모리반도체시장의 점유율 싸움을 더욱 효과적으로 풀어나갈 수도 있다.
이 사장은 3월30일 열린 SK하이닉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수합병이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는 다르다”며 “SK하이닉스는 모바일, 인텔은 서버에 강점이 있는 만큼 1 더하기 1은 2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