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두산공작기계, 네파 등 투자한 기업들의 실적 부진에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이 기업들이 언제 실적을 회복할 지 장담할 수 없어 투자금 회수(엑시트) 시점을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들이 투자금 회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국내 인수합병(M&A)시장이 달아오르고 있고 시중 유동성 자금도 풍부해지자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기에 좋은 시기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에 IMM프라이빗에쿼티는 대한전선을 호반그룹 계열사인 호반산업에, W컨셉은 SSG닷컴에 매각했다. 대한전선 인수 뒤 약 6년 만에, W컨셉은 약 4년 만에 투자금 회수에 성공한 것이다.
한앤컴퍼니는 2015년 인수했던 한온시스템의 매각에 본격 착수했다. 2017년 인수한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를 놓고는 기업공개(IPO)를 통한 엑시트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가치가 10조 원에 이르는 한온시스템은 잠재적 매수자들이 여럿 거론되고 있고 케이카도 업계 1위 기업인 만큼 투자금 회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MBK파트너스는 장기간 보유하고 있는 국내 투자기업들의 투자금 회수시점을 잡기가 여의치 않다.
MBK파트너스를 비롯한 사모펀드들은 기관투자가에게 받은 자금을 운용한 뒤 원금과 수익을 제 때 돌려줘야 다음 펀드를 구성할 때 또다시 자금을 출자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반적으로 기업 인수 뒤 5년 안에 가치를 높이고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내왔다.
하지만 MBK파트너스 인수기업의 실적 부진이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어 투자금 회수뿐만 아니라 기업을 계속 보유하는 것도 벅찬 상황에 놓여있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7조2천억 원의 거금을 투입해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이후 2019년 리츠 사업을 추진하는 등 홈플러스 투자금 회수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녹록지 않다.
홈플러스는 업황 부진 및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과 경쟁 등으로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2019 회계연도에 순손실 5322억 원으로 창사 이래 가장 낮은 실적을 냈다.
2018 회계연도(순손실 1327억 원)와 비교해 손손실 규모가 급격히 늘었다. 2020 회계연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실적이 더 악화됐을 가능성도 있다.
두산공작기계 실적 부진도 고민거리다. MBK파트너스는 2016년에 두산인프라코어로부터 공작기계사업부문을 1조1300억 원에 인수했다.
두산공작기계는 2018년 순이익 1567억 원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2019년과 2020년 실적이 급격히 감소했다. 2020년 순이익은 505억 원으로 3년 전인 2017년(591억 원)보다 더 낮아졌다.
MBK파트너스는 두산공작기계를 놓고 2018년 기업공개(IPO), 2019년 경영권 매각 등을 추진했지만 매수자를 찾는 데 실패했다. 공작기계 시장이 회복하려면 최소 2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투자금 회수시점은 요원해 보인다.
지난해 자본재조정(리캡)을 진행할 때는 대주단(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이나 집단) 모집이 무난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4천억 원에 가까운 미매각이 발생해 주관사가 곤혹을 겪은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도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네파는 MBK파트너스의 2호 블라인드펀드에서 유일하게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포트폴리오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 네파를 약 1조 원에 인수했지만 아웃도어시장 위축으로 2014년 이후 실적이 감소세를 보였다. 2018년 실적이 회복하는 듯 했지만 2019년 8억 원의 순손실을 내 적자로 돌아섰고 2020년에는 순손실이 1198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MBK파트너스는 투자한 기업들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최근 MBK파트너스는 리테일 전문가인 이제훈 카버코리아 대표를 홈플러스 새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 사장은 사모펀드가 운영하던 KFC코리아를 맡아 매각까지 추진한 경험이 있다.
MBK파트너스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홈플러스가 온라인사업에서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이례적으로 배당금 축소를 제안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MBK파트너스가 2019년 인수한 롯데카드는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배당성향을 55%에서 39.7%로 낮추기로 했다.
이는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제안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단기적 이익보다 기업가치 제고를 우선으로 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결국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기업가치가 훼손되면 인수후보를 찾기가 어려운 만큼 다양한 전략으로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