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를 재편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에서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을 지주회사로 정점에 두고 삼성전자가 전자계열사의 지주회사로, 삼성생명이 금융계열사의 지주회사로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지배구조를 구축하기까지 삼성그룹이 넘어야 할 난관들은 여전히 많다.
◆ 삼성생명,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 준비 마쳐
삼성생명은 28일 이사회를 열어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37.45% 전량을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인수가격은 1조5404억 원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사업 시너지를 키우기 위해 삼성전자에서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삼성카드 지분율이 34.41%에서 71.86%로 늘어나 최대주주가 된다. 이전에는 삼성전자가 최대주주였다.
삼성생명은 그동안 삼성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계속 사들여왔다. 삼성생명은 삼성화재(14.98%), 삼성증권(11.14%), 삼성자산운용(98.74%), 삼성SRS자산운용(100%)의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삼성생명은 이번에 삼성카드의 최대주주에 올라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할 준비를 사실상 마친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간금융지주회사는 일반 지주회사의 자회사로서 금융자회사를 거느린 금융지주회사를 가리킨다. 현재 국회에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는 상장된 금융자회사의 주식을 30%, 비상장된 금융자회사의 주식을 50% 이상 보유해야 한다.
|
|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증권과 삼성화재가 지난해 하반기에 대규모 자사주 취득을 결정한 것도 삼성생명의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준비작업으로 풀이된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지배구조연구실 팀장은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은 자사주를 사들여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쓸 지분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며 “금융계열사들이 사들인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기로 한 것도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의 가능성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현재 삼성증권이 보유한 자사주는 8.71%, 삼성화재가 소유한 자사주는 16%에 이른다. 삼성생명이 두 회사의 자사주를 사들이면 삼성증권 지분율은 19.85%, 삼성화재 지분율은 30.98%로 늘어나게 된다.
삼성생명이 삼성화재 등이 보유한 삼성증권 주식 8.54%도 확보하게 되면 삼성증권 지분율은 28.39%로 늘어나게 언제든지 지분율 30%를 맞출 수 있게 된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에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놓고 여러 전망들이 쏟아졌다.
현 시점에서 삼성물산을 지주회사로 정점에 두고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양 날개로 전자계열사와 금융계열사를 지배하는 구도가 확실해 보인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정점으로 하는 전자계열사의 재편을 끝냈다. 삼성전자는 삼성SDI(19.6%), 삼성전기(23.7%), 삼성중공업(17.6%), 삼성SDS(22.6%), 삼성바이오로직스(46.8%), 삼성디스플레이(84.8%), 삼성메디슨(68.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을 출범하는 데 성공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 최대주주로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지배할 수 있는 길을 확보했다. 이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 16.5%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06%와 삼성생명 지분 19.3%를 소유하고 있다.
◆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의 장애물은 무엇일까
그러나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관문들이 많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 2012년 9월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법안)은 일반 지주회사가 중간금융지주회사를 통해 금융회사를 손자회사로 거느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
|
▲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
이 개정안은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상임위원회에 계류되고 있다. 새누리당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의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지만 야당은 대기업에 특혜를 줄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제19대 국회는 지난해 회기를 마친 뒤 1월 임시국회에서 쟁점 법안들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 간 대립이 거세 2월7일에 끝나는 임시국회 회기 안에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이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경우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은 자동 폐기된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 관계자도 “관련 법안이 국회도 통과하지 못한 상황에서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논의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이 발효되더라도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7.21%를 처리하는 숙제가 남는다.
금융지주회사는 비금융계열사를 자회사로 둘 수 없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회사로 바뀌려면 소유하고 있는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전환 뒤 2년 안에 모두 처분해야 한다.
삼성생명에서 소유한 삼성전자 지분가치는 28일 종가 기준으로 12조 원을 넘어섰다. 이재용 부회장이나 삼성물산에서 이 지분을 사들이기에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투자회사만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삼성그룹에서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도 나눠진다”며 “그 뒤 투자회사가 사업회사의 주식을 공개매수하고 그 대가로 투자회사에서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나눠주면 삼성물산이나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분을 사는 데 들어가는 부담을 줄이고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