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확보 불안감이 커지자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이 대안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살펴보고 있다.
스푸트니크V는 지난해 8월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다. 올해 2월 영국 의학잡지 랜싯을 통해 코로나19 예방 효능이 입증되면서 독일이 일부 도입하는 등 유럽 각국도 백신 부족에 대처할 방안으로 주목하고 있다.
다만 안전성에 관한 검증 과정이 충분하지 않아 논란이 있지만 백신 확보의 대안이 될 수도 있어 러시아 백신 도입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최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러시아 백신 확보는 공격적으로 진행하되 백신에 관한 안전성 평가와 접종의 승인 여부는 신중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백신 확보와 실제 접종을 구분해 접근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 사이 백신 확보를 향한 불안감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코로나19 백신 등이 혈전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 미국 백신 스와프를 제안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은 백신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말해 사실상 거절했다.
물론 문재인 정부는 '11월 집단면역 달성'에 문제가 없다고 장담하고 있다. 정부는 24일 미국 제약사 화이자로부터 코로나19 백신 2천만 명분(4천만 회분)을 추가로 도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화이자 백신이 계약대로 제때에 필요한 만큼 들어올 수 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애초 2분기부터 들여오기로 했던 모더나 등의 백신도 아직 초도물량 도입 일정조차 확정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백신 접종률이 3%대로 머물자 ‘백신 꼴찌’라면서 문재인 정부를 거칠게 몰아붙이고 있다. 재보궐선거에서 잡은 승기를 백신 접종문제를 통한 공세로 더욱 굳히려는 태세를 보인다. 이런 상황이 계속 전개되면 대통령선거에서도 정부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러시아 백신 도입 논의의 물꼬를 텄다. 경기도 차원에서 독자적 백신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하면서 러시아 백신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공개적으로 청와대에 러시아백신 도입을 검토할 것으로 공개 제안하기도 했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도 러시아 백신 통해 백신 부족현상을 극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더했다. 송 의원은 2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민생의 핵심은 백신 확보를 통한 집단면역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있다”며 “기존 계약 이외에도 러시아 백신 도입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플랜B’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지사와 송 의원은 여권의 다음 대선주자와 다음 당대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인 만큼 러시아 백신 도입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싣는다.
특히 송 의원은 인천시장을 지낼 때부터 러시아와 인연을 맺은 뒤 북방경제원정단 등을 통해 교류를 이어오기도 했다.
이들이 앞장선다고 문재인 정부가 곧장 러시아 백신 도입을 결정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안전성 논란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기존 백신도 혈전 생성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일부에선 백신 접종을 거부하기도 한다.
다만 문재인 정부로서는 러시아 백신 도입이라는 '플랜B'를 지니게 된다는 측면에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 유럽에서 러시아 백신을 두고 안전성 확인에 들어간 만큼 의외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가 먼저 러시아 백신 도입을 공식적으로 꺼내긴 힘든 측면이 있다"며 "이 지사와 송 의원이 먼저 논의의 물꼬를 터주면서 자연스럽게 정치권과 정부가 러시아 백신 도입 가능성을 논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러시아 백신의 사용 승인을 검토하고 있다. 빠르면 6월에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승인을 검토 중이라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