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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브라질에서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페드로 로렌소'와 함께 '갤럭시 S5 & 기어핏 패션쇼' 행사를 진행했다. |
웨어러블(Wearable) 기기 시장은 IT 기술이 아니라 패션의 격전장이다. 이는 웨어러블 기기의 궁극적 경쟁상대는 패션회사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차세대 먹거리로 웨어러블 기기를 꼽고 있는 글로벌 IT기업들은 웨어러블에 모든 디자인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 웨어러블 기기는 ‘기기’ 아닌 ‘패션’
대표적 웨어러블 제품인 스마트워치시장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스마트워치는 올해 700만 대에 팔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0만 대 수준에서 무려 600% 증가할 것이는 얘기다. 스마트워치는 2017년 5510만 대 이상 팔리며 3년 만에 8배나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웨어러블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IT기업들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웨어러블시장에 뛰어든 IT기업들은 일단 패션업체와 손부터 잡는다.
구글은 구글글라스로 웨어러블 기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구글은 지난 3월 이탈리아 패션안경회사인 룩소티카와 구글글라스의 디자인과 판매를 위한 제휴를 맺었다. 룩소티카는 명품 선글라스인 레이밴과 오클리 상표를 보유한 기업이다. 새로운 구글글라스 가격은 1500달러 정도로 예상되며 5천여 개가 넘는 룩소티카 미국매장에서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룩소티카 CEO인 안드레아 게라는 “구글은 안경 사용에 대한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마케팅전략기업인 포레스터리서치는 “룩소티카와 제휴는 구글이 대히트를 친 것과 다름없다”며 “구글은 단숨에 수억, 수천만 명의 소비자 앞에 안경으로서 적합한 구글글라스를 선보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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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비 로스 신임 구글글래스 마케팅 총책임자 |
구글은 지난 18일 IT업계에 전혀 경험이 없는 디자이너 출신 마케팅 전문가인 아이비 로스를 구글글라스 마케팅 총책임자 자리에 앉혔다. 그는 패션 브랜드인 코치, 캘빈클라인, 갭 등에서 일했다. 그는 구글글라스의 디자인에 집중한 마케팅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스마트밴드 ‘기어핏’의 밴드를 장식하기 위해 명품 쥬얼리 회사인 스와로브스키와 협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패션으로 가치를 높일 것”이라며 야심차게 웨어러블의 고급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작은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밴드에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은 그리 많지 않다”며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기능보다 패션적 요소를 더하는 게 훨씬 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은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워치’ 개발을 위해 패션계 거물들을 대거 영입했다. 애플은 특히 지난해 7월 명품 브랜드인 이브생로랑 전 CEO인 폴 데네브를 디자인 부사장에 임명했다.
이는 패션업계에서 꽤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현재 팀 쿡 CEO 직속으로 팀 쿡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디자인을 지휘하고 있다. 애플은 나이키의 ‘퓨얼밴드’를 디자인한 벤 셰퍼와 개발자 제이 블라닉도 불러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의 아이워치는 수천 달러에 이르는 고가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울 것으로 점쳐진다. 궈밍치 KGI리서치연구원은 “비쌀수록 잘 팔리는 패션시장 규칙이 웨어러블에도 적용될 것”이라며 “아이워치가 성공한다면 애플의 핵심 경쟁자는 5~10년 이내로 기존 IT업체가 아닌 패션브랜드 업체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다른 IT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패션으로 웨어러블기기의 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해 명품 브랜드와 손을 잡고 있다. 웨어러블 헬스케어로 유명한 ‘핏비트’는 명품 브랜드인 토리버치와 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웨어러블기기 ‘샤인’을 만든 미국 벤처기업 ‘미스핏’도 디자인을 생명만큼 중시한다. 소니 부 미스핏 대표는 “웨어러블기기의 핵심은 디자인”이라며 “아무리 뛰어난 성능을 갖춘 기기도 사람들이 착용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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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핏비트는 손목이나 옷에 간편히 착용할 수 있는 헬스케어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했다. |
◆ 눈높이 까다로운 웨어러블 시장
웨어러블의 가장 특징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착용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여타 모바일 기기와 다르게 시계처럼 늘 내 몸에 붙어있어야 한다. 스마트폰처럼 잠시 내 몸에서 잠시 멀리 떨어뜨릴 수 있는 기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웨어러블기기는 생각보다 더 빨리 더 파격적인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앞으로 IT업계와 패션업계가 웨어러블 디바이스 주도권을 두고 경쟁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시계 형태를 가진 웨어러블기기는 현재 시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전통 브랜드들과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아직도 몇몇 명품시계 브랜드들은 제품의 품질에 관계없이 수천만 원대에 팔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명품시계에서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가치인 품격을 포기하기가 힘들다. 이것이 결국 스마트워치가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이다.
애플이 명품 브랜드 CEO인 폴 데네브를 영입한 것 역시 아이워치가 단순한 스마트워치로 기존 웨어러블 시장에서 승산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애플의 행보가 아이워치를 명품의 품격을 함께 가진 기기로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숨어 있다고 보고 있다.
웨어러블의 미래는 단순히 ‘손목’에만 달려있지 않다. 한 조사업체가 미국에서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손목형 웨어러블기기를 선호하는 사람은 28%에 그쳤다. 이에 비해 옷에 달고 싶어하는 사람이 29%를 차지했다. 신발(18%), 안경(12%), 귀에 거는 형태(12%)의 웨어러블을 선호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성균관대 스마트융합디자인연구소 최재붕 교수는 “시계 외에도 다른 부위에 착용하거나 다른 모습을 한 웨어러블기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스마트워치에만 집중하다가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말했다.
IT기업들은 시계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소비자에게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에 들어와서 섬유센서가 개발됨에 따라 안경이나 옷 등 다양한 형태로 웨어러블기기가 발전하고 있다.
핏비트는 200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한국계 미국인 제임스 박과 에릭 프리드먼이 공동설립한 벤처기업이다. 핏비트는 헬스케어 스마트밴드 형태를 개발해 북미에서 점유율 67%를 넘기며 1위를 독점하고 있다.
핏비트는 손목시계를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웨어러블기기도 내놓았다. 어떤 옷에든 끼울 수 있는 클립형 제품을 만들어 인기를 얻고 있다. 핏비트는 소비자에게 활동량과 수면패턴 모니터링, 알람기능을 제공한다. 이처럼 핏비트는 ‘하나의 제품이 모두에게 적합할 수는 없다’라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소비자 각각의 욕구와 선호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