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이 LS그룹 총수에 오르기 전에 LS엠트론의 실적 정상화 과제를 풀어낼 수 있을까?
LS엠트론은
구자은 회장이 독자경영을 맡은 첫 계열사다.
구자은 회장에게 올해는 LS엠트론을 ‘적자기업’으로 만들었다는 꼬리표를 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22일
구자은 회장은 LS 본사 LS용산타워에서 아세안 국가 10곳의 주한대사들과 만나 사업협력 등에 관해 논의했다.
이 자리는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마련한 것으로 LS그룹 쪽에서는
구자은 회장과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 등 두 계열사의 오너경영자가 참석했다.
LS 관계자는 “아세안 국가들의 주한대사가 10명이나 방문한 자리였기 때문에 특정 국가와 구체적 협의가 오가기보다는 LS의 사업군을 소개하는 정도이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도 “사업적 연관성이 있는 계열사 오너가 참석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해외 정부 고위인사와 관계를 맺어놓으면 현지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데 큰 보탬이 될 수 있는데 특히 동남아지역은 LS엠트론이 북미지역과 함께 2020년 순이익을 낸 해외시장이다.
LS엠트론 전사 차원의 흑자전환 과제가 절실한
구자은 회장에게 동남아는 의미가 큰 시장인 셈이다.
LS엠트론은 크게 트랙터와 사출기를 중심으로 하는 기계사업과 휴대폰 및 디스플레이용 커넥터와 안테나 등을 생산·판매하는 전자부품소재사업을 하고 있다. 해외시장 매출 비중이 전체의 60% 수준으로 국내보다 크다.
LS엠트론은 주력시장인 북미에서는 트랙터와 사출기사업이 중심이지만 동남아시아에선 베트남 생산법인을 통해 휴대폰 커넥터와 안테나 등을 취급하는 전자부품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LS엠트론 베트남 생산법인은 아직 매출 규모가 북미 법인에는 못 미치지만 실적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LS엠트론 베트남 생산법인은 2020년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2019년보다 50%, 22% 증가했다.
2019년에는 LS엠트론의 주력 해외사업장인 북미 법인조차도 순손실을 냈는데 베트남 법인은 순이익을 냈다.
이에 힘입어 LS엠트론은 비록 2020년 연간 이익을 내는 데는 실패했지만 3분기까지는 영업이익을 내며 실적 회복에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기도 했다.
구자은 회장이 올해 북미와 중국에서 트랙터, 사출기사업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동남아시장에서 성과를 확대한다면 LS엠트론 실적 부진의 부담을 벗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는 LS엠트론의 주력사업인 농기계분야에서도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동남아시아는 농업을 주력산업으로 삼고 있는 국가가 많고 급격하게 진행되는 산업화로 농촌 일손이 부족해 농기계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LS엠트론 최근 3년 동안 실적 부진은 구 회장의 경영능력을 평가하는 데 흠집이 될 수 있다.
LS엠트론의 실적은 전기차배터리의 핵심소재인 동박사업부를 팔아버린 사업 구조조정 결정의 직접적 결과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LS엠트론은 2017년
구자은 회장의 주도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계전문 회사로 재편한 바로 다음 해인 2018년부터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서 2020년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구자은 회장은 4차산업혁명시대 LS엠트론의 먹거리로 동박사업 대신 트랙터·사출기 등 기계사업을 선택했다.
급변하는 시장에서 투자와 연구가 많이 필요한 동박사업보다 이미 강점을 지닌 기계산업에서 더 앞서가자는 판단이었다.
구자은 회장이 LS엠트론 실적을 회복하고 떠나는 것과 적자기업 상태로 두고 가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친환경차시대의 도래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동박사업을 매각한 아쉬움은 제쳐두고라도 구 회장이 선택한 사업분야의 가치를 보여줄 필요성이 있다.
LS그룹 안팎에서는 LS그룹의 사촌경영체제와
구자열 회장이 올해 한국무역협회 회장직을 맡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구자은 회장이 이르면 올해 말 그룹 회장 자리를 승계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본다.
앞서 구자홍 회장은 10년 동안 그룹을 경영한 뒤 2013년 사촌동생
구자열 회장에게 아무런 잡음 없이 경영권을 승계했다.
이에 비춰보면
구자은 회장은 2022년경 LS그룹 회장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