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유한회사도 2020년 회계연도부터 감사보고서를 공시하게 됐다. 그동안은 실적을 공개할 의무가 없었다.

한국에서 사업하면서 세금은 제대로 내지 않는다는 비판에 외부감사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 기업들은 유한책임회사로 기업형태를 바꾸는 등 새로 세금을 피할 빈틈을 찾고 있다.
 

19일 국세청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김대지 국세청장은 외국계 유한회사의 탈세를 잡기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다.

구글코리아, 루이비통코리아, 샤넬코리아,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등 외국계 유한회사들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2020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4월에 발표했다.

이번 감사보고서는 2019년 11월부터 시행한 '주식회사 등에 대한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에 따라 제출한 것이다. 

개정된 새 외부감사법에 따라 2020년 사업연도부터 직전 사업연도 말 기준 자산 또는 매출액이 500억 원 이상인 주식회사와 함께 같은 규모의 유한회사도 이번에 새롭게 외부감사 대상에 포함됐다.

2019년 사업연도의 자산 또는 매출액이 500억 원 이상인 유한회사들도 2020년 사업연도부터는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외국계기업이 유한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함으로써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 등 공시의무를 피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한회사와 달리 유한책임회사는 외부감사와 공시 의무가 없다. 
 
유한책임회사는 정부가 벤처기업 창업 활성화를 위해 2011년 신설한 기업 유형으로 주주총회나 배당 관련해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주식이나 회사채 발행이 불가능하고 출자자들이 유한책임을 지지만 이사나 감사를 의무적으로 선임하지 않아도 된다. 

외국계기업이 한국에 진출할 때 그동안 유한회사 형태를 선택한 것은 해외 본사로 빠져나가는 배당금과 로열티 등 정보를 외부에 알리지 않기 위한 목적이 컸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주식회사 형태로 각종 규제에 노출돼 외국계기업에 견줘 차별을 받는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런 지적들이 반영돼 외부감사법이 개정되어 시행됐지만 외국계기업들이 회사형태를 바꿔가며 법망을 피하고 있다.

실제 최근 구찌코리아를 비롯해 아이다스코리아,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AWS코리아(아마존웹서비시즈코리아) 등이 유한책임회사로 전환 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찌코리아는 2020년 11월, AWS코리아는 2020년 10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2019년 11월, 아디다스코리아는 2017년 3월 유한책임회사가 됐다. 

앞서 정부는 2017년 1월 유한회사를 외부감사 규율대상에 포함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을 제안했고 그해 9월 개정 법률이 공포됐다. 

이와 별도로 국세청은 조세회피처를 통한 세금 회피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구글코리아가 대표적이다. 

구글코리아는 2020년 매출 2201억 원, 영업이익 155억 원을 거둔 것으로 공시했다. 매출의 대부분은 광고수익으로 정작 구글플레이스토어 매출은 빠져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구글은 구글플레이스토어 매출을 싱가포르에 있는 구글아시아퍼시픽으로 처리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법인세율이 낮은 대표적 조세회피처이다.

구글플레이스토어의 한국 애플리케이션시장 점유율은 70%가량으로 추정돼 업계에서는 연매출이 조 단위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 매출이 발생했더라도 관련 사업장이 국내에 없어 공시를 하지 않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과 관련해 국세청이 조세 회피라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20년 7월 구글코리아가 한국에서 사업하면서 서버만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세금을 회피했다며 구글코리아에 법인세 약 6천억 원을 추징했다. 구글코리아는 추징액을 납부했지만 조세심판원에 불복 심판을 청구한 상태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주식회사와 유한회사, 유한책임회사 등 회사 형태와 상관없이 국세청에 법인세 관련해 내는 서류는 동일하다"며 "하지만 회사 형태를 바꾸는 기업은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세청은 3월24일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유한책임회사를 설립하고 내부자거래를 통해 소득을 해외로 부당이전한 외국계기업 6개사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착수했다. 국적 등 신분세탁을 통해 소득과 재산을 해외에 은닉한 이중국적자 14명, 역외 비밀계좌 개설 등을 통해 국외에 소득을 감춘 역외탈세자 18명도 함께 세무조사를 받는다.

김대지 국세청장은 2020년 8월 취임사를 통해 "'공평한 국세행정'을 확립을 위해 힘쓰겠다"며 "민생침해 탈세와 반사회적 역외탈세, 부동산 거래과정에서 변칙적 탈세에 관해 무관용의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