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21-04-16 16:51:53
확대축소
공유하기
한국예탁결제원이 외화증권 거래와 관련된 시스템과 서비스 강화에 분주하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해외주식 투자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예탁결제원의 외화증권 결제서비스와 관련해 요구사항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 한국예탁결제원 로고.
17일 예탁결제원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예탁결제원은 올해 상반기 안으로 외화증권 결제지시 송수신시스템을 개선해 처리건수를 대폭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내 공휴일과 외국 시장의 영업일이 같은 날일 때 발생한 거래를 놓고 다음 영업일에 결제지시가 집중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내 증권사에 공휴일 거래도 당일에 결제지시가 나올 수 있도록 협조도 요청한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해외증권 거래건수가 크게 늘어나도 처리 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특정 상황에서 과부하가 걸리면 거래의 처리속도가 느려지고 느려진 거래건수가 많아지면 마감도 늦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탁결제원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예탁결제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인 만큼 늘어나는 외화증권 거래에 따른 부담은 온전히 예탁결제원의 몫이다.
투자자들이 국내 증권사를 통해 해외주식 등을 구매하면 이 주문은 예탁결제원을 통해 외국 보관기관, 현지 예탁결제기구 등을 거쳐 처리된다.
이명호 예탁결제원 사장도 2월 기자간담회에서 “외화증권 투자지원업무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도록 외화증권 관련 법‧제도 및 외화증권 정보관리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외화증권 거래량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예탁결제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말을 기준으로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813억6천만 달러, 결제금액은 1575억6천만 달러에 이른다. 보관금액과 결제금액 모두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특히 1분기 결제금액은 직전 분기보다 75.3% 늘어난 것으로 2020년 전체 결제금액의 48.7%에 이르는 규모다.
하루 평균 결제지시건수 역시 2018년에는 4075건에 불과했지만 2021년 들어서는 4만5916건으로 늘었다. 최근 3년 사이에 10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예탁결제원에서 급증한 외화증권 거래건수를 원활히 처리할 수 있도록 미리 대비를 갖춰 놓지 않는다면 금융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예탁결제원은 지난해 5월에 해외주식 관련 금융사고를 겪은 경험도 있다.
당시 국내의 한 투자자는 유진투자증권을 통해 보유 중인 미국 인버스 상장지수펀드 665주를 매도했다. 해당 종목은 거래 전날 4대1로 주식병합이 돼 투자자가 실제로 보유한 주식이 166주 였음에도 국내에 반영이 늦어져 665주 매도로 처리되면서 ‘해외 유령주식’ 논란이 불거졌다.
금융감독원은 해외 유령주식 논란이 불거지자 예탁결제원과 유진투자증권은 물론 해외증권 관련 서비스를 운영하는 다른 증권사까지 조사했다. 조사결과 예탁결제원에는 기관경고, 과태료 2400만 원 등의 조치가 나왔다.
예탁결제원은 외화증권이 늘어나면서 외화증권의 대여 등 활용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국내 일반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증권은 대여를 통해 수익 창출에 활용할 수 있다”며 “대여를 중개하는 외국 보관기관을 추가로 선임할수록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