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운영사들이 ‘단건배달’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승기를 잡으면 모두 차지하는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할 때 더욱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비용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단건배달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배민 위메프오 쿠팡이츠 '단건배달' 출혈경쟁, 밀리면 죽는다 태세

▲ 15일 배달앱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에 이어 배달의민족, 위메프오가 단건배달 도입을 예고하면서 시장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 신촌역에서 음식 배달 중인 배달기사. <연합뉴스>


15일 배달앱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배달앱 운영사들은 단건배달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 아래 관련 서비스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단건배달은 배달기사가 배달할 때 고객 주문을 1건만 처리하는 방식을 말한다. 배달기사가 고객 주문을 여러 건 묶어서 배달하는 것보다 배달시간이 훨씬 적게 걸린다. 

현재 단건배달은 쿠팡이츠만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배달의민족도 6월부터 단건배달 서비스인 ‘배민원’을 시작한다. 위메프오도 LKICT와 손잡고 올해 안에 단건배달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요기요는 현재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지만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새 주인을 맞이한 뒤에는 마찬가지로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우아한형제들은 2015년 '주문결제 수수료 0%'를 앞세워 배달의민족의 선두위치를 굳혔다. 그 뒤에도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배달앱시장을 사실상 양분하던 시절 '공짜치킨' 등의 할인 프로모션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출혈경쟁을 벌인 바 있다.

이번에도 단건배달이 일반화되면 배달앱회사들로서는 제2의 출혈경쟁을 피하기 힘들다. 배달기사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더욱 많은 주문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달기사들이 묶음배달을 단건배달보다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이들을 붙잡아 두려면 더욱 많은 배달비를 배달앱 운영사에서 부담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배민원을 도입하면서 기존에 입점사업자가 부담했던 배달비를 6천 원에서 5천 원으로 깎아주는 등의 프로모션을 적용하기로 했다. 

배달기사가 수요가 몰리는 시간에는 주문 1건당 2만 원 이상의 배달수수료를 받기도 하는 점을 고려하면 우아한형제들이 앞으로 배달기사에게 줘야 하는 돈은 더욱 늘어나는 셈이다. 

우아한형제들이 2020년 영업손실 112억 원을 봤던 점을 고려하면 단건배달에 따른 인건비 증가 역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위메프오는 우아한형제들보다 규모가 작은 만큼 부담이 더 될 수밖에 없다.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우아한형제들과 위메프오가 단건배달 경쟁에 뛰어든 배경에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쿠팡이츠에 밀리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츠는 2019년 5월 출범한 후발주자이지만 같은 해 말부터 단건배달을 시행하면서 이용자가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앱 분석기관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이츠의 월간 활성이용자(MAU) 수는 2월 기준 390만 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 11월 185만 명에서 110%가량 급증했다.

전체 월간 활성이용자 수는 배달의민족(1728만 명)과 요기요(697만 명)이 더 많았지만 증가율로만 따지면 쿠팡이츠가 배달앱 선두를 달렸다.

같은 기간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월간 사용자 증감률을 살펴보면 배달의민족은 9.1%, 요기요는 -0.7%였다. 

미국에서도 도어대시가 단건배달 방식의 빠른배달을 앞세워 배달앱시장 순위 뒤집기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도어대시는 2018년 1월까지만 해도 미국 배달앱시장 점유율이 17%에 불과했다. 그러나 같은 해 3월부터 주문 후 1시간 내에 배달이 가능한 체제를 구축하면서 점유율이 빠르게 올랐다.

도어대시는 2020년 10월 기준으로 미국 배달앱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했다. 이전 선두주자였던 우버이츠(26%)와 그럽허브(16%)를 앞질렀다. 

배달앱업체의 한 관계자는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 등에서는 단건배달에 힘입어 쿠팡이츠 이용자 수가 배달의민족을 앞질렀다는 말도 나온다”며 “도어대시의 전례가 있는 상황에서 다른 배달앱 운영사가 쿠팡이츠를 위협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