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준대형세단 임팔라를 국내에서 생산하기 위한 조건으로 연간 판매량 3만 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목표는 사실상 달성이 어려울 수도 있어 임팔라의 국내생산이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최근 임팔라의 국내생산을 위한 연간 판매량을 기존 1만 대에서 3만 대로 올려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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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제임스 한국GM 사장. |
한국GM 노사는 지난주 ‘미래발전위원회’를 열어 임팔라의 국내생산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 김 제임스 한국GM 사장, 안토니오 쿠베아 차량개발계획부문 부사장 등 회사 측 대표와 고남권 한국GM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임팔라의 사업타당성 검토를 책임지고 있는 안토니오 쿠베아 부사장은 “한국의 엄격한 안전기준과 연비규제를 충족하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임팔라를 국내에서 생산하려면 최소 연간 3만 대를 생산해야 타산이 맞다”고 말했다.
임팔라는 현재 전량 미국에서 수입돼 판매되고 있다.
노조는 “임팔라 생산은 비용만 검토해서는 안 되는 문제”라며 “한국GM 전체 내수판매와 기업 이미지에 끼치는 포괄적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현재 임팔라에 대한 마케팅 활동이 전면 중단됐다”며 “수입판매로 제때 공급하지 못해 큰 기회를 잃었고 기업 이미지도 추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 고남권 위원장은 2월 말까지 임팔라의 국내생산 가능성에 대해 확실하게 알려줄 것을 회사 측에 요구했다.
한국GM이 임팔라의 연간 판매목표를 3만 대로 높이면서 사실상 국내생산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국GM이 지난해 1만 대를 제시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3만 대로 목표를 크게 높인 데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불가능한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사실상 국내생산을 하려는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현재 판매 중인 준대형세단은 그랜저와 K7, SM7, 임팔라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그랜저를 제외하면 사실상 3만 대 달성이 쉽지 않다. 그랜저는 지난해 8만7천여 대 팔리며 준대형세단 시장에서 독보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차종의 경우 판매량이 초라하다. 그랜저의 뒤를 잇고 있는 K7도 2만여 대 판매되는데 그쳤다.
올해 준대형세단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현대차가 올해 안에 그랜저의 완전변경 모델을 내놓고 기아차도 26일 신형 K7을 출시한다. 르노삼성차도 올해 ‘준대형 같은 중형세단’ SM6를 출시하며 준대형세단 시장을 공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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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회장이 2015년 8월11일 쉐보레 임팔라를 공개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런 상황에서 임팔라는 출시 반 년이 되어가면서 신차효과도 사실상 끝나가고 있다.
한국GM은 지난해 임팔라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연간 1만 대 이상 판매되면 임팔라를 부평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목표는 얼마 뒤 임금협상을 통해 3개월 연속 1천 대 이상 판매로 더욱 구체화됐다.
임팔라는 한국GM이 제시한 조건을 이미 충족했다. 임팔라는 지난해 11월 기상문제로 공급에 큰 차질이 빚어졌을 때를 제외하면 매월 1천 대 이상 판매됐다. 지난해 총 판매량은 6913대다.
세르지호 호샤 한국GM 회장이 임팔라의 국내생산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공식석상에서 밝히기도 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GM이 노조를 달래기 위해 국내생산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얘기했지만 생산단가나 라인을 까는 데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할 때 해외생산 물량을 국내로 돌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