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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이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제3공용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정부 2대 지침 최종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기업이 현저한 업무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고 취업규칙 변경요건을 완화할 수 있는 내용의 정부 행정지침 최종안이 발표됐다.
노동계는 ‘쉬운 해고’가 가능해지는 노동개악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22일 정부세종청사 공용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등 정부의 양대 행정 지침을 발표했다.
정부가 내놓은 일반해고 지침은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저성과 노동자를 평가한 후 교육훈련을 통한 개선기회를 주고 배치전환 등 해고회피 노력을 해도 개선의 여지가 없으면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 게 뼈대다.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지침은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바꾸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노동자 대표나 노조의 동의가 없어도 효력이 인정되도록 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통한 취업규칙 변경시 노조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임금피크제처럼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나 노동자 과반수 대표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고용부는 25일 전국 47개 기관장 회의를 열어 이번 지침을 시달하고 후속조치를 이행하기로 했다.
노동계는 강력 반발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정부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양대 지침을 확정한다고 한 노사정 대타협의 정신을 지킬 뜻이 없었음이 드러났다”며 “정부의 이번 양대 지침은 ‘쉬운 해고’와 노동개악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어 “정부의 양대지침 최종안은 지난해 12월30일 발표했던 초안이 거의 그대로 반영됐다”며 “양대 지침은 정부가 법률적 근거도 없이 기업주들에게 해고 면허증을 쥐어주고 임금 근로조건을 개악할 수 있는 자격증을 내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아무리 쉬운 해고가 아니라고 우겨도 법적 근거도 없이, 저성과자 해고를 정부 지침으로 가능하도록 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해고요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계는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와 관련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말의 개념이 모호하고 사측에 의해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매우 많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정부의 양대 지침 강행을 노동자에 대한 탄압으로 보고 이날을 기점으로 대정부 투쟁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양대지침에 대한 소송과 4월 총선 반노동자 정당 심판투쟁 등 대정부 투쟁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정부의 이번 최종안이 행정지침에 불과해 상위법인 근로기준법과 충돌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임금 사태 때처럼 단위 사업장의 노조들이 양대 지침에 반대해 소송을 낸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행정지침은 노동계가 따르지 않아도 되는 권장사항에 불과하다”며 “기업들이 임금피크제를 추진하려고 근로기준법을 우회해 이를 무리하게 적용한다면 통상임금 사태 때처럼 ‘줄소송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