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이 불법사찰 논란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에 이어 또다시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로 농협이 땅투기세력의 자금줄이 됐다는 시선이 따가운 상황에서 이번에는 기업윤리와 법규준수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 농협중앙회 로고.
7일 농업계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의 불법사찰 지시 논란이 좀처럼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과 정의당은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전국 농협 지역본부를 순회하며 규탄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관계자는 "농협중앙회는 정부기관이 아니라 협동조합이 해야 할 고유의 일이 있으며 고유의 일이 아닌 직원이 업무로 사찰하는 일을 하는 것은 불법이자 부당한 업무 지시"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불법사찰을 지시했다는 혐의로 3월29일 검찰에 고발당하기도 했으며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으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고 있다.
박인숙 정의당 부대표는 3월29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국정원도 사찰이 금지된 마당에 농협중앙회가 광범위한 조직을 활용해 동향파악을 하고 이를 사적으로 이용했다면 마땅히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로 국회에 출석해 대출시스템 운영을 놓고 정교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농협의 윤리의식이 결여됐다는 시선과 함께 농협의 수장으로서 책임을 묻는 요구에도 직면했다.
불법사찰 지시 논란은 농협중앙회 인사 총무부가 2월16일자로 ‘인사 관련 당면현황 및 상황보고 변경 실시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각 지역본부 인사담당 책임자에게 발송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농협중앙회는 각 지역본부 인사담당 책임자에게 △지역 내 농협중앙회 및 계열사 직원의 사건·사고 등 인사정보 △소관 농·축협 조합장, 지자체장, 국회의원의 동향 △기타 지역본부장의 농정활동을 통해 수집된 주요 이슈사항 등을 매일 오전 11시까지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보고할 만한 내용이 없더라도 ‘해당 사항 없음’으로 회신하도록 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개인의 사생활이나 개인정보가 아닌 농협과 관계된 공식행사나 코로나19 감염현황 등의 정보를 수집한 것"이라며 "연초 각 지역의 인사 담당자가 바뀐 점 등을 고려해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오던 일을 환기시키려는 차원에서 공문을 보냈는데 문구 표현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찰이라면 조직을 별도로 구성하고 은밀하게 진행하는 것이지 이처럼 대놓고 공문을 보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선 농협중앙회의 동향파악 행위의 불법성을 놓고 의견이 나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정보기관과 달리 주요 인사들의 동향을 파악·수집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에 위법소지가 있다고 보는 시선이 있다.
수집하는 정보의 성격이나 방식 등과 관련해 불법적 요소가 개입될 가능성이 있고 수집된 정보가 불법적 로비나 노조 탄압 등 위법 행위로 연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사찰과 정보수집을 구분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불법사찰로 규정하기에는 이르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어떤 기관이든 자체적으로 이슈가 있을 때 정보를 빨리 알아야 대처를 할 수 있는 만큼 모든 정보수집을 불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보수집 방법이 불법이 아니라면 불법사찰이라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