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원전 소형화라는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6일 한수원과 원자력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한수원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2028년 표준설계 인가와 인허가를 얻는 것을 목표로 소형모듈원전을 개발한다.
소형모듈원전은 발전용량이 300MW 이하로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해 블록처럼 제작과 조립이 쉬운 원자로를 말한다.
소형모듈원전은 구축비용이 저렴하고 외부 전원이나 냉각수 공급 없이도 원전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돼 안전성이 기존 대형원전보다 개선됐다.
또 발전 과정에서 남은 열과 고온의 수증기를 활용하면 수소를 생산하거나 난방열을 공급할 수도 있다.
한수원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함께 정부로부터 4천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소형모듈원전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핵심기술에 관한 설계안을 바탕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추진하고 2026년까지 기술개발과 실증을 마친 뒤 2028년 표준설계인가와 인허가를 추진한다.
이번 사업은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받고 있어 기술 개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소형모듈원전이 전력시장의 변화를 타고 세계적 흐름이 되고 있다고 보고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해 12월 소형모듈원전 기술개발 추진전략을 발표하며 “후쿠시마 사고 이후로 대형원전시장이 정체된 반면 소형모듈원전에 관한 세계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며 “소형모듈원전 기술역량을 높여나갈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기존 원전시장이 대형원전 위주로 성장해 왔으나 세계적으로 전력시장을 주도하는 주체가 정부에서 민간으로 바뀌면서 투자비용이 저렴하고 증설이 쉬운 소형모듈원전 수요가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망한다.
국제원자력기구에 따르면 2050년까지 소형모듈원전 1천여 기가 건설될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관련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주요 원전국들도 소형모듈원전 개발에 속속 뛰어 들고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소형모듈원전 개발에 32억 달러(약 3조6천억 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빌 게이츠도 그가 설립한 원전회사 테라파워를 통해 소형원전 ‘나트리움’을 미국 전역에 건설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롤스로이스 컨소시엄과 합작해 2억 파운드(약 3천억 원)를 투자해 소형모듈원전 16기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수원은 이러한 개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소형모듈원전의 건설기간을 2년 이하로 줄이고 자율가동, 원격진단, 디지털트윈 등을 적용해 소형모듈원전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린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해 12월 기고문을 통해 “원자력발전이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게 진화하고 있다”며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쌓아온 우리나라가 소형원전 무대에서도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