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베트남 법인 영업점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소매금융사업을 통해 승부를 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금리 하락과 규제 등 영향으로 실적이 주춤한 신한은행의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해외사업 성과를 더욱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4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베트남에 해마다 신규 영업점 4~5곳을 개점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올해부터 베트남에서 외국계은행의 한계를 넘어 현지 고객 대상 영업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에 더욱 힘이 실리며 영업점 확대에도 속도가 붙고 있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베트남에서 외국계 1위 은행을 넘어 현지 은행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영업채널 확장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현재 베트남 외국계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41곳의 현지 영업점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영업점 신설을 위한 현지 실사와 베트남 금융당국 승인 등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하반기에만 영업점 5곳이 새로 문을 열면서 탄력이 붙었다.
신한은행이 앞으로도 해마다 비슷한 속도로 현지 영업망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은
진옥동 행장이 그만큼 현지화 영업에 자신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베트남 등 동남아시장에 진출한 대부분의 한국계은행은 동남아시장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을 주요 고객기반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영업망을 넓혀야 할 이유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진 행장은 베트남 소매금융시장에서 영업을 확대해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금융상품을 제공하며 한국과 비슷한 형태의 사업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베트남 소매금융시장은 경제활동이 활발한 청년층고객 비중이 크고 경제성장도 가파른 속도로 이어지고 있어 성장 전망이 밝다.
다만 외국계은행이 소매금융사업을 확대하려면 현지 은행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고 충분한 영업망 기반도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전략으로 꼽힌다.
더구나 영업점 한 곳을 새로 개점할 때마다 베트남 금융당국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도 외국계은행이 영업망을 넓히기 어려운 배경으로 꼽힌다.
신한은행은 베트남에 첫 지점을 열고 진출한 지 20년이 넘는 만큼 현지화 노하우가 충분하고 베트남 금융당국과 원활한 관계도 유지하고 있다는 장점을 강조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신생기업 육성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현지기업과 다양한 협력사업 및 사회공헌사업을 추진하는 등 활동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진 행장은 신한은행의 장점으로 꼽히는 모바일앱 등 디지털플랫폼 경쟁력도 베트남시장 공략에 적극 활용해 현지은행과 경쟁하고 다른 한국계 은행과 차별화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신한은행 베트남 법인은 이런 성과에 힘입어 지난해 순이익 1206억 원을 내며 신한은행 연결기준 순이익에서 6%에 이르는 비중을 차지했다.
신한은행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금리 하락과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실적에 악영향을 받으면서 베트남 법인이 실적에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결국 진 행장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를 대비해 신한은행의 새 수익원을 찾는 과정에서 안정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베트남 법인에 더 적극적 육성전략을 쓰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은행이 계획대로 베트남 영업점을 꾸준히 늘려 현지 고객기반을 확대한다면 외형 성장효과가 나타나 베트남 법인이 신한은행 실적 증가에 계속 힘을 보탤 가능성이 크다.
베트남 법인은 신한은행이 진출한 인도네시아 등 다른 국가 해외사업에도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해외법인과 성장에 힘을 보태는 시너지효과를 낼 공산이 크다.
신한은행 베트남 법인은 실제로 최근 신한은행 일본 법인 고객사가 베트남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금융주선과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협업을 이뤄냈다.
신한은행은 신한카드와 신한생명 등 베트남에 진출한 계열사들과 협력해 은행 영업점에서 신용카드 발급 및 운영, 방카슈랑스 보험상품 판매 등 다방면으로 협력 가능성도 찾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