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3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영업보고를 하고 있다. < SK하이닉스 > |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글로벌 연구개발 능력을 확대한다.
전략거점을 세계 여러 지역으로 다변화해 격변하는 반도체산업 환경에 대응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이석희 사장이 미국에서 SK하이닉스의 신규 연구개발거점 확보를 추진하고 있는 점을 놓고 글로벌 반도체산업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2012년 미국 새너제이에 연구개발법인 SK하이닉스메모리솔루션아메리카를 마련했다. 그 뒤 9년 만에 다시 미국에 신규 연구개발거점 추가에 나서는 것이다.
이 사장은 30일 주총에서 세부적 지역까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미국에 연구개발센터를 추가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유럽 등 여러지역에 연구개발 집중 육성을 위한 인프라를 만드는 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경쟁이 심화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에서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미국 정부를 등에 업고 인텔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뛰어들었고 유럽도 반도체 생산기지를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동아시아에 집중돼 있던 반도체 생산이 분산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을 향해서도 반도체 전략거점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30일 열린 반도체산업 세미나에서 “반도체 기지를 지을 때 국가이기주의를 고려해야 한다”며 “특정나라나 지역에서 벗어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두고 있고 오스틴을 비롯해 애리조나, 뉴욕 등에 신규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SK하이닉스의 생산거점은 한국과 중국에 몰려 있다.
반도체산업이 고도화됨에 따라 신규 생산거점을 짓는 데는 수조에서 수십조 원의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인텔이 새로 짓는 파운드리 공장은 200억 달러 규모로 알려졌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투자,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등 이미 대규모 자금소요가 적지 않은 SK하이닉스가 당장 새로 생산시설을 확충하기는 쉽지 않은 노릇이다.
이 때문에 이 사장은 우선 미국과 유럽 등에 연구개발거점을 확대해 지역내 반도체 생태계에서 입지를 다지고 기술인력과 고객 확보 등에 먼저 나서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로 기업용SSD 분야의 입지를 강화하게 돼 미국 연구개발센터와 연계할 여지도 크다.
이미 SK하이닉스는 신규사업의 생태계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센터를 짓는 방식을 선택한 사례가 있다. 2018년 이미지센서(CIS) 사업을 확대하면서 일본에 차세대 이미지센서 연구개발센터를 열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미국 연구개발센터는 아직 설립을 추진하는 단계로 조직이나 규모 등이 아직 결정된 내용이 없다”며 “글로벌 연구개발 역량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이해해 달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SK하이닉스는 30일 박정호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하면서 글로벌 생태계를 강화 의지를 나타냈다. 미국·유럽 등 연구개발센터 추진의 의미가 커지는 대목이다.
하영구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은 “급변하는 세계 반도체환경에 맞춰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각자대표체제로 전환했다”며 “박 부회장이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의 판을 짜고 선도해갈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