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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영환 대웅제약 회장 |
대웅제약 창업주 윤영환 회장이 660억 원이 넘는 규모의 주식 전량을 재단에 출연한다. 재산의 사회환원이라고 밝혔지만 증여세를 내지 않고 2세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편법증여라는 논란도 제기된다.
◆ 윤 회장, 주식 전량 기부
윤영환 회장이 보유하던 주식 전량을 모두 재단 등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29일 대웅제약은 밝혔다. 윤 회장은 기존에 있던 대웅재단과 사내근로복지기금, 새로 설립하는 석천대웅재단 등 3곳에 주식 전량을 내놓는다.
윤 회장은 지난 9일 보유하던 대웅제약 지분 전량(3.49%, 40만4743주)과 대웅제약그룹 지주사인 대웅 지분 일부(2.49%, 29만555주)를 대웅재단에 출연했다. 윤 회장은 지난 15일 대웅의 남은 지분 6.72%(78만1천 주) 가운데 1.77%를 대웅근로복지기금에 기부했다. 윤 회장은 대웅의 나머지 지분 4.95%도 석천대웅재단을 설립해 출연하기로 했다.
윤 회장이 기부한 대웅과 대웅제약 주식은 이날 종가로 환산하면 655억 원을 넘는다. 여기에 윤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IT기업 주식 약 9억 원을 합치면 모두 664억 원 규모를 기부하는 셈이다.
윤 회장은 앞으로 대웅재단의 장학사업을 확대하고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확충해 직원들의 복지와 처우를 개선하기로 했다.
윤 회장은 “국가의 발전과 직원성장이 회사발전보다 우선해야 한다”며 “기업은 개인의 것이 아니어야 영속적 발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회사를 경영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모든 임직원은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면서 대웅제약을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으로 더욱 발전시켜줄 것”을 당부했다.
◆ 자녀 경영권 승계 위한 편법증여 논란
윤 회장의 이번 기부가 다른 한편으로 편법증여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 회장이 주식을 기부하는 과정에서 2세가 자연스럽게 대주주가 될 뿐 아니라 재단을 통해 회사를 장악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3남1녀를 두고 있다. 장남 윤재용 대웅생명과학 사장, 차남 윤재훈 알피코리아 대표, 삼남 윤재승 대웅제약 부회장, 막내 윤영 씨가 있다.
대웅은 대웅제약그룹의 지주사다. 대웅은 대웅제약 지분을 40.73% 보유하고 있다. 대웅을 지배하면 대웅제약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대웅의 경우 윤재용 사장이 10.51%, 윤재훈 대표가 9.70%, 윤재승 부회장이 11.61%로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
이번 윤 회장이 재단에 대웅과 대웅제약 지분을 기부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윤재승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부상했다. 더욱이 윤 부회장은 윤 회장의 2세 가운데 유일하게 대웅재단의 상임이사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대웅재단은 대웅 지분을 7.48% 보유하고 있다. 대웅재단 지분까지 합할 경우 윤 부회장은 대웅을 비롯해 대웅그룹 전체를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윤 회장이 비영리법인인 ‘석천대웅재단’을 새로 설립해 이곳에 주식을 출연하기로 한 것도 증여세를 줄이려는 편법승계라는 논란이 제기된다. 비영리법인에 주식을 증여할 경우 일반법인은 5%, 공익법인은 10%를 넘으면 넘는 만큼에 대해서 증여세를 내야 한다.
윤 회장은 대웅재단이 이미 대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자 새롭게 재단을 만들어 주식을 출연함으로써 증여세를 내지 않는 꾀를 냈다.
윤 회장이 자녀들에게 주식을 증여할 경우 증여세만 3백억 원 가량 내야 한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은 ‘단순한 사회환원’이라며 확대해석을 일축했다. 대웅제약은 “윤 회장께서 아주 오래전부터 사회환원을 생각하고 계셨고 이번 대웅재단 증여는 순수하게 그런 차원일 뿐”이라고 말했다.
◆ 윤 회장과 70년 대웅제약
대웅제약은 내년에 창립 70주년을 맞아 기념관을 세운다. 또 연구개발을 강화하기 위해 용인에 연구소를 추가 신설하기로 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윤 회장의 팔순을 맞아 윤 회장의 일대기를 그린 책을 펴내기도 했다.
윤 회장은 1934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한 뒤 부산에서 약국을 개업했다. 윤 회장은 1966년 대웅제약의 전신인 대한비타민사를 인수했다. 그의 나이 32세였다.
윤 회장은 1961년 만든 ‘우루사’를 간판상품으로 내놨다. 간장질환에 효과가 크지만 접하기 드물었던 웅담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서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윤 회장은 1978년 상호를 대웅제약으로 바꿨다. 당시 윤 회장은 국내에서 최초로 동물 캐릭터를 기업이미지에 적용했다. 이후 우루사의 곰은 대웅제약의 상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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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재승 대웅제약 대표이사 부회장 |
윤 회장의 좌우명은 ‘정의’와 ‘공생’이다.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지 않거나 욕심을 부려 독식을 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는 뜻이다. 또 항상 “성공하더라도 오랫동안 성공이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을 명심하며 회사경영에 신중히 임했다. 윤 회장은 1982년 제약업계 최초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고 1993년 제약협회 부회장에 역임하기도 했다.
윤 회장의 3남인 윤재승 부회장은 2012년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매출 6825억 원, 영업이익 714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배나 급증했다.
윤 부회장은 국내보다 해외시장에 집중해 보톡스인 ‘나보타’를 공격적으로 팔았다. 이 덕분에 2009년 최대위기를 맞았던 대웅제약을 구할 수 있었다. 매출기준 상위 4개 제약사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영업이익이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