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신병 치료차 미국으로 떠난 지 8일 만에 귀국했다. 재계는 김 회장이 경영복귀를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이 27일 오후 9시경 한화케미칼의 전용기를 타고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고 한화그룹이 29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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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김 회장은 최근 두 달 동안 한국과 미국을 두 차례나 오갔다.
지난 3월 말 신병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했고 한 달여 만인 5월 초 귀국했다. 당시 김 회장의 귀국을 두고 그의 경영복귀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이 많았으나 19일 다시 미국으로 출국했다. 치료와 요양이 더 필요하다는 주치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번 귀국은 출국 8일 만에 이뤄졌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미국 주치의가 건강회복을 위해 치료를 더 받으라고 권했으나 김 회장이 한국행을 원해 귀국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앞으로 서울 가회동 자택에 머물며 서울대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는다.
김 회장이 이례적으로 서둘러 귀국한 이유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5월 말까지 유예한 사회봉사명령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 전했다. 김 회장이 두 차례나 연기한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김 회장의 경영복귀가 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하고 사법적 절차를 빨리 마무리 지은 후 경영에 복귀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김 회장의 건강이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된 것으로 알려져 김 회장의 조기복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4월 출범시킨 비상경영위원회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김 회장의 부재가 2년 가까이 장기화되면서 신규사업이 중단되는 등 경영활동에 차질을 빚어 왔다.
특히 지금은 김 회장의 복귀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이라크 신도시 건설의 추가수주가 기대되는 상황이고 한화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던 태양광사업이 3년 만에 흑자전환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구속직전이던 2012년 8조5천억 원짜리 이라크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추가수주에도 뛰어들었다. 그러나 김 회장이 구속되면서 이라크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라크사업은 워낙 대규모이기 때문에 신속한 의사결정과 추진력, 대정부 협상력 등이 필요하다. 그동안 한화건설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라크 담당자들이 김 회장을 제외하고 계열사 CEO조차 만나주지 않는다”는 고충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앞으로 김 회장이 복귀하게 되면 추가수주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화케미칼의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야 할 시점이라는 점도 김 회장의 복귀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한화케미칼은 최근 성과를 내고 있는 태양광사업의 중심이다.
김 회장은 올해 초 출소 이후 한화케미칼을 태양광사업 중심으로 재편해 왔다. 이는 그동안 적자를 지속해 왔던 태양광사업이 시장회복과 함께 수익을 내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위한 것이다.
한화그룹의 태양광사업은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이 주도하는 만큼 태양광사업의 성과는 순조로운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김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2012년 8월 구속수감됐다. 만성 폐질환으로 인한 호흡곤란, 당뇨, 우울증 등을 앓아오다 지난해 초 구속집행이 정지돼 약 1년 만에 풀려났다. 이후 서울대 병원에 입원해 집중치료를 받아왔다.
올해 2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벌금 51억 원, 사회봉사명령 300시간의 형을 확정 받고 풀려난 뒤 신병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했다.
김 회장은 벌금 51억 원은 모두 납부했으나 사회봉사는 건강상의 문제를 이유로 여러 차례 연기했다. 일단 5월 말까지 사회봉사명령을 유예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