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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왼쪽)와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CEO(오른쪽). |
사물인터넷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인텔 삼성전자 퀄컴 등 시스템반도체 회사들은 PC와 스마트폰의 성장세가 정체되자 사물인터넷 기기에 맞는 반도체를 앞다퉈 내놓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하지만 아직 사물인터넷 반도체를 어디에 공급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고민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반도체 기술이 아무리 앞선다 해도 사용처가 없으면 단순한 기술 자랑으로 끝날 수도 있다.
시스템반도체 회사들이 드론, 의료기기, 웨어러블 기기 등의 사물인터넷 완제품 형태를 꾸준히 소개하는 것도 이런 고민과 맥을 함께 한다.
결국 승패는 누가 사물인터넷 시대의 청사진을 가장 잘 보여주며 실제적인 수요를 이끌어낼 것인가로 갈릴 것으로 보인다.
◆ 인텔, ‘큐리’ 활용방안 알리는 데 주력
17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 삼성전자 퀄컴 등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는 회사들이 다양한 사물인터넷용 반도체 칩셋을 내놓고 이를 적용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 기기 형태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인텔은 사물인터넷용 칩셋 ‘큐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큐리는 사물인터넷 개발자들을 위해 탑재 가능한 기기의 범위를 한정하지 않은 개방형 칩셋이다.
큐리는 손톱만한 크기에 정보처리장치, 메모리, 통신칩 등이 통합됐다. 큐리는 낮은 전력으로도 가속도 및 움직임을 읽을 수 있는 6축 콤보 센서를 내장해 운동량, 걸음 수, 이동거리 등을 측정할 수 있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는 이번 CES 2016 기조연설에서 드론, 로봇, 스마트헬멧, 스마트의류 등 큐리가 탑재된 제품들을 소개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크르자니크 CEO는 “큐리는 웨어러블 기기부터 게임까지 활용도가 높다”며 “올해 1분기 안에 10달러 미만의 가격으로 공급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미국 TV프로그램을 통해서도 큐리를 알리는 데 적극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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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텔의 사물인터넷 반도체모듈 '큐리'. |
인텔은 올해 4월에 미국 TV프로그램 TBS에서 방영하는 ‘아메리카 그레이티스트 메이커(America’s Greatest Makers)’ 프로그램의 기획에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은 리얼리티 경쟁 프로그램으로 출연자들은 100만 달러의 우승 상금을 타기 위해 큐리를 기반으로 웨어러블 기기나 스마트기기를 제작한다.
인텔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큐리를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아이디어 개발, 홍보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텔은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할 협력사를 확보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인텔이 협력 중인 주요업체는 '오프닝세레모니(Opening Ceremony)' '파슬그룹(Fossil Group)' '오클리(Oakely)' '룩소티카그룹(Luxottica Group)' '태그호이어(TAG Heuer)'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 등이다.
인텔은 "큐리를 통해 상업용 사물인터넷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것"이라며 "협력사를 더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 삼성전자, 아틱과 바이오프로세서로 사물인터넷 청사진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용 개방형 칩셋 '아틱'을 올해부터 양산에 들어가기 위해 공급처를 찾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는 도어락, 스마트 전구, 화제감지기 등에 사용되는 초소형 저전력 기기용 '아틱1', 카메라나 스마트워치 같은 소형 고사양 기기에 맞춤형인 '아틱5', 스마트TV와 드론 등 대형 복합 기기에 적용할 수 있는 '아틱10'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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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 반도체모듈 '아틱' 가운데 중간 크기인 '아틱5'. |
삼성전자가 아틱의 기능과 크기를 세분화한 이유는 사물인터넷 기기를 개발하는 완제품 개발자들에게 아틱을 적용할 수 있는 범위를 최대한 넓혀주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아틱이 개방형 모듈로 제작돼 다양한 기기와 연동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아틱 전용 홈페이지도 개설해 아틱으로 사물인터넷 기기를 개발해줄 고객사를 모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개발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아틱 모듈을 무료로 제공하고 다방면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헬스, 의료 분야에 역할을 집중한 사물인터넷용 칩셋 ‘바이오프로세서’도 선보였다.
바이오프로세서는 체지방 골격근량 심박수 피부온도 등 정보를 측정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삼성전자는 “바이오프로세서를 탑재한 웨어러블 제품 등 소형 건강관리 기기들을 내년 상반기부터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생활가전사업도 겸하고 있어 사물인터넷 반도체가 적용된 우리 실생활의 모습을 가장 먼저 선보일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5년 안에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모든 생활가전에 순차적으로 사물인터넷 기능을 갖춰나가기로 했다.
◆ 퀄컴, 통신칩 노하우로 사물인터넷 선점 노려
퀄컴은 인텔이나 삼성전자처럼 개발자용 개방형 칩셋에 주력하기보다 범위를 한정해 드론, 스마트카 등 특정 사물인터넷 분야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양산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퀄컴은 CES 2016에서 드론용 칩셋 ‘스냅드래곤 플라이트’가 내장된 중국업체의 드론들을 공개했다.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CEO는 “중국 텐센트와 제로테크가 스냅드래곤 플라이트를 처음으로 채택해 상업용 드론으로 출시한다”며 “퀄컴이 사물인터넷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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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퀄컴의 드론용 반도체 '스냅드래곤 플라이트'가 내장된 '잉(Ying)드론'. |
퀄컴은 스마트카용 칩셋 ‘스냅드래곤820A’도 선보였다. 스냅드래곤820A는 차량 환경에 맞게 네비게이션, ADAS(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 등의 기능을 지원한다.
퀄컴은 차량용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공급을 확대해 고객사인 아우디, BMW 등 자동차 업체들이 자율주행 기능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퀄컴 관계자는 “사물인터넷 시대엔 늘어나는 정보를 매끄럽게 연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퀄컴은 이 분야에서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퀄컴은 사물인터넷 반도체시대로 무리없이 넘어가기 위해 무선통신칩 분야에서 늘려온 기존 고객사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확대할 구상을 하고 있다.
퀄컴은 현재까지 무선통신칩 기술로 사물인터넷 시장을 선점해왔다.
퀄컴은 통신칩으로 지난해에만 차량 2천만 대와 가전기기 1억2천만 대를 인터넷이나 다른 기기와 서로 연결했다고 밝혔다.
몰렌코프 CEO는 “지난해 사물인터넷 시장에서만 10억 달러 매출을 기록했다”며 “올해 모바일분야를 제외해도 사물인터넷 등 칩 사업에서 전체 매출 가운데 10% 이상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