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흥주 동국제약 대표이사 사장이 항생제 ‘테이코플라닌’으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도전한다.
테이코플라닌은 한때 유력한 코로나19 치료 후보물질로 꼽히면서 이연제약, 명문제약, 일동제약 등이 수혜기업으로 거론됐는데 어느 곳도 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아 아직 기회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9일 동국제약에 따르면 동물효력실험에서 테이코플라닌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증식 억제능력을 확인해 4월 안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테이코플라닌의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세포주 효능실험에서 테이코플라닌의 안전성을 확인한 데다 약물의 투여 용량 등이 달라지지 않는 만큼 서둘러 실험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동국제약은 보고 있다.
동국제약은 지난해부터 이연제약 등과 묶여 코로나19 수혜기업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테이코플라닌을 생산하는 기업이기 때문이었다. 테이코플라닌은 세균의 세포벽 합성을 억제하는 항생제인데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항바이러스 효능을 지닌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오 사장은 테이코플라닌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치료효과에 관한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치료제 개발에 관심을 쏟게 된 것으로 알려진다.
동국제약에게 신약 개발은 우선순위가 아니다.
약물 전달시스템을 활용해 비만 치료제, 파킨슨 치료제 등 개량 신약을 개발하고 있지만 후보물질 발굴부터 시작하는 신약 개발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동국제약의 2020년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만 놓고 봐도 3.5%로 매출 규모가 비슷한 일동제약(15%)보다 훨씬 작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테이코플라닌을 활용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오 사장에게 좋은 기회였을 수도 있다.
일단 테이코플라닌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으니 비용부담이 적고 효능도 확인된 만큼 한 번 해볼 만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
게다가 이연제약이 먼저 테이코플라닌으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어 역전할 기회도 충분하다.
동국제약은 사업 다각화 전략으로 해마다 실적 신기록을 다시 써 왔다. 제약사업 외에 화장품사업 등으로 영역을 꾸준히 넓혔고 일반의약품(OTC), 전문의약품(ETC), 헬스케어 등 각 부문에서 안정적으로 매출을 내면서 지금의 체제를 구축했다.
테이코플라닌이 코로나19 후보물질로 처음 주목받은 건 지난해 3월이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 연구팀은 시험관 연구에서 테이코플라닌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내용을 국제감염질환저널에 발표했다.
그 뒤 아쇼크 파텔 인도공대 교수 연구팀이 23개 약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테이코플라닌이 에이즈 치료제인 ‘로피나비르’, 항말라리아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보다’ 10~20배 이상 코로나19 치료효과가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탈리아 연구진도 최근 집중치료센터의 고령 중증 코로나19 환자에 테이코플라닌을 투여한 결과 약 40%에서 바이러스가 완전히 소멸됐고 2차 세균감염에 의한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