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 배경에 최병철 사장의 철저한 위험관리가 꼽힌다.
현대차증권은 16일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장기신용등급 ‘AA-’와 등급전망 ‘안정적’을 부여받았는데 현대차증권의 신용등급이 높아진 핵심사유 가운데 하나로 꾸준한 리스크 관리가 꼽혔다.
최 사장은 30년 넘게 재무분야에 몸담고 현대자동차 재경본부장까지 역임해 그룹 내에서 ‘재무 전문가’로 평가받았다. 2020년 3월 현대차증권 대표이사에 오른 뒤 보수적 투자기조를 이어가며 위험관리에 힘을 쏟아왔다.
지난해 12월에는 통합 리스크 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전략리스크관리사업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현대차증권의 우발부채 규모는 2015년 3월 말 1조2천억 원에 이르렀으나 최 사장이 취임한 뒤인 지난해 말에는 6153억 원까지 줄어들었다. 자기자본 대비 우발부채 비중은 57.8%로 2020년 9월 기준 업계 평균인 64.7%를 밑돌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차증권의 보수적 위험관리기조 및 이익 창출력 등을 놓고 보면 앞으로 우수한 수준의 자본 적정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자본시장에서는 보통 신용평가사 2곳이 같은 신용등급을 제시하면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을 발행할 때 적용할 수 있는 유효한 신용등급으로 인정한다.
현대차증권은 지난해 12월 한국신용평가로부터 AA- 등급을 부여받았는데 이번에 나이스신용평가에서도 같은 등급을 받은 데 따라 유효 신용등급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AA-로 신용등급이 높아지면 한 단계 낮은 A+와 비교했을 때 만기에 따라 0.2%포인트에서 0.47%포인트 정도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현대차증권이 앞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 금융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신용등급 한 단계의 차이가 지금 당장은 큰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면서도 “2018년 13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고 2019년에는 1천억 원가량의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발행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신용등급 상향에 따른 조달금리 인하가 의미 있는 일이다”고 말했다.
현대차증권은 이번 신용등급 상향으로 상장지수채권(ETN)을 발행할 수 있는 자격도 충족하게 됐다.
증권사 가운데 자기자본이 1조 원 이상이며 신용등급은 AA- 이상,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200% 이상인 곳만 상장지수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
2020년 말 기준 현대차증권의 자본총계는 1조658억 원이다. 연결 순자본비율(NCR)은 507.5%로 상장지수채권 발행조건을 충족한다.
최 사장으로서는 상장지수채권시장에 진출할 길이 열린 만큼 신규사업을 통한 수익 다각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최 사장은 대표이사에 오른 뒤 대체투자를 확대하고 해외주식 거래서비스를 새로 내놓는 등 신사업 발굴 및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차증권은 수익구조 다변화를 바탕으로 수익성을 높였고 개선된 이익 창출능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수익구조 다변화와 탄력적 비용관리 등을 통해 우수한 영업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현대차증권은 최 사장의 신사업 발굴 등 수익구조 다변화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를 보였다.
2020년 현대차증권은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1174억 원, 순이익 843억 원을 냈는데 2019년과 비교해 영업이익은 19.3%, 순이익은 17.4% 증가했다.
다만 상장지수채권을 발행하는 증권사는 국내에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 등 7곳뿐이다. 올해 하루 평균 상장지수채권 거래대금도 390억 원 수준으로 시장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단기간에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