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종합반도체기업(IDM) 인텔이 곧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부계획을 공개한다.
파운드리업계 왕좌를 놓고 경쟁하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막대한 반도체 일감의 향방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18일 인텔에 따르면 펫 갤싱어 인텔 CEO는 23일 ‘혁신과 기술 리더십의 새로운 시대’를 주제로 열리는 자체 온라인 행사에 직접 참석한다.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파운드리 확대방안의 구체적 내용을 대외적으로 알릴 것으로 예상된다.
IT매체 톰스하드웨어는 “갤싱어 CEO는 이번 행사에서 7나노급 공정 진행과 외부 위탁생산에 관해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인텔은 ‘반도체 공룡’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존재감이 큰 기업이다. 반도체사업만 놓고 보면 지난해 매출에서 삼성전자를 따돌리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10나노급 이하 미세공정 진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외부 기업에서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인텔의 파운드리 확대는 삼성전자와 TSMC에게 의미가 작지 않다.
인텔은 주요 경쟁사 AMD가 곧 5나노급 반도체를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과 비교해 아직 7나노급 공정 생산체계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빨라야 2022년 하반기 7나노급 반도체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세계 파운드리기업 가운데 인텔이 아직 만들지 못하는 7나노급 이하 반도체를 생산할 역량을 갖춘 곳은 삼성전자와 TSMC뿐이다.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TSMC가 인텔의 협력기업으로 가장 유력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TSMC는 세계 1위 파운드리기업으로 파운드리시장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직 규모 면에서는 부족하지만 고성능 반도체 생산에 필수인 미세공정 경쟁력은 TSMC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장기적으로 TSMC를 따라잡아 파운드리 1위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텔 반도체 일감의 수주 여부는 향후 두 기업의 경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은 파운드리 대상 제품군과 규모를 아직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반도체사업 규모를 고려하면 전체 반도체 가운데 일부만을 파운드리로 돌린다고 해도 막대한 일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텔이 향후 CPU의 20%를 외부에서 위탁생산한다고 가정할 때 그 규모가 43억 달러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분기별 매출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시장 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2020년 4분기 37억15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다만 삼성전자와 TSMC 중 특정 기업이 인텔의 반도체 위탁생산 물량을 독점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두 기업은 이미 글로벌 반도체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퀄컴, 엔비디아, IBM 등과 거래한다. TSMC는 애플, 브로드컴, AMD 등에서 일감을 받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삼성전자와 TSMC의 파운드리 가동률도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고객사를 위한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인텔의 물량을 모두 수주하기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인텔 반도체 일감 자체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인텔은 미세공정에서 난항을 겪는 가운데 앞으로도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갤싱어 CEO는 1월 콘퍼런스콜에서 “2023년 대부분의 제품을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혀 파운드리 확대 정책이 단기간에 그칠 가능성을 내비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