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화생명에 따르면 올해부터 김동원 전무가 한화생명 경영전반에 걸쳐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전략부문장을 맡으며 여러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특히 김 전무는 신사업 관련 경영전략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금융당국의 제재로 이른 시일에 성과를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이 지난해 11월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으로 ‘기관경고’ 중징계를 확정받아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1년 동안 진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2015년 63빌딩에 계열사인 갤러리아 면세점을 입점시키는 과정에서 80억1800만원 규모의 금전적 이익을 무상으로 제공한 혐의로 기관경고를 받았다.
당장 3월 진행되는 마이데이터사업 2차 예비허가 신청에서 교보생명을 비롯해 여러 보험사들이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얻기 위해 뛰는 모습을 한화생명은 지켜만 봐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한화생명은 금융당국의 징계와 관련해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법원이 한화생명의 손을 들어주는 판단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마이데이터사업을 비롯해 헬스케어사업 등 신사업 진출은 당분간 쉽지 않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최근 소송 제기가 이뤄져 구체적 재판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며 "신사업 진출을 위해서라면 제재가 결정됐을 시점에 바로 효력정지를 위한 가처분신청이라도 했겠지만 시간이 다소 지난 시점에 소송을 진행하는 만큼 법원을 통해 판단을 받아보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한화생명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를 맡아 한화그룹 금융계열사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고 있는데 한화자산운용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금융 강화 전략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최근 한화손해보험이 보유한 캐롯손해보험 지분 전량을 한화자산운용에 넘기려는 시도가 무산됐다.
지분 매각이 무산된 것은 대주주인 한화생명이 기관경고를 받아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한화손해보험 지분 51.4%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손해보험의 캐롯손해보험 지분 15.6%다. 한화자산운용은 한화생명의 100% 완전자회사다.
한화손해보험은 2월26일 공시를 통해 대주주 변경 승인을 포함한 거래 종결이 사실상 어려워져 한화자산운용과 캐롯손해보험 주식 처분계약을 해제한다고 알렸다.
한화자산운용은 자산운용을 넘어 모바일앱을 통한 펀드 직접판매 등 자산관리로 사업범위를 넓히는 목표를 세웠다. 보험부문에서 디지털에 특화된 캐롯손해보험을 인수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 했던 계획이 틀어진 셈이다.
한화자산운용이 한화그룹 금융계열사의 디지털 전환을 상징하는 캐롯손해보험의 지분을 인수했다면 김동원 전무의 디지털금융 전략에 더욱 힘이 실릴 수 있었다.
최근 김승연 한화생명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가운데 한화그룹 후계구도의 밑그림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태양광, 수소 등 신재생 에너지를 비롯해 우주 및 방산산업을 맡고 차남인 김동원 전무가 금융계열사를 책임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관 사장은 한화그룹이 우주산업을 총괄할 조직으로 출범한 '스페이스 허브'를 총지휘를 맡아 경영보폭을 더욱 넓히게 됐다.
3남 김동선 상무보는 2017년 한화건설을 퇴직했다가 지난해 12월 한화에너지 임원으로 복귀했는데 호텔·건설사업 등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