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대선주자로서 윤 전 총장의 급부상을 놓고 “윤 전 총장이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말처럼 윤 전 총장은 사퇴 이후 처음으로 실시된 다음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순식간에 1위를 차지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윤 전 총장의 사퇴 다음날인 5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8일 내놓은 결과를 보면 윤 전 총장은 직전 조사보다 17.8%포인트 상승한 32.4%의 지지를 받았다.
이 지사는 24.1%로 2위인데 오차범위 밖이다. 이 지사는 직전 조사에서 26.2%로 1위였다.
이 지사가 계속 윤 총장에게 지지율 열세인 상황이 이어진다면 먼저 당내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이 지사는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릴 때도 당내에서 견제 움직임이 나왔다. 그만큼 당내 지지기반이 탄탄하지 못하다. 민주당 내 주류인 친문 사이에서는 지난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대립각을 세웠던 이 지사를 여전히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기류가 있다.
이 지사가 야권을 상대로 대선후보 지지율의 한계를 보여준다면 당내에서는 새로운 대안을 찾자는 뜻에서 '제3후보론'이 고개를 들 수 있다. 실제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86세대 정치인 다수가 4월 재보궐선거가 끝난 뒤 대선 경쟁에 뛰어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다만 윤 전 총장의 정치행보 본격화가 이 지사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윤 전 총장이라는 강력한 외부의 대선주자가 등장한 만큼 민주당 내에서는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움직임이 힘을 받을 수 있다.
사실 이 지사를 향한 여권 내부의 견제는 야권에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내부 경쟁의 성격도 갖고 있다. 윤 전 총장의 등장이라는 상황 변화로 정권 재창출이 다급해지고 결국 이 지사를 향한 견제는 나중 문제가 된다.
다만 이런 외부 변수가 이 지사에게 도움이 되려면 그가 윤 전 총장과 비교해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이 지사의 지지율은 최근 1년에 걸쳐 꾸준한 흐름을 보여준 반면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검찰총장 사퇴라는 돌발적 행동으로 급상승한 측면이 강하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그만큰 변동성을 안고 있다는 뜻이다.
윤 전 총장이 1년 남은 대선까지 급상승한 지지율을 유지할 만한 정치적 역량이 있는지를 놓고는 시선이 엇갈린다.
민주당에서는 대선이 아직 1년 남은 데다 윤 전 총장 주변에 강력한 정치세력이 없다는 점을 들어 그의 대선 경쟁력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한때 반짝 지지율 1위였던 고건 전 총리도 갔고 김무성 전 미래통합당 의원도 갔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갔다”며 “윤 전 총장의 반짝 지지율 1위는 조만간 가뭇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반문의 구심점이 될 잠재력이 있는 데다 검사로서 여러 차례 정권의 다양한 견제를 이겨낸 점을 본다면 대선까지 경쟁력을 유지할 만한 충분한 역량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현해 “반 전 사무총장이나 고 전 총리는 온실에서만 살았다가 비바람 속에 나오니 견디기 어려웠던 것”이라며 “윤 전 총리는 풍상을 겪은 사람으로 반 전 사무총장이나 고 전 총리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