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보험사 최고경영자의 임기가 현재 5년에 이르지 못하는 상황에 김 부회장이 3년 더 메리츠화재를 이끌어가게 되면서 명실상부한 장수 CEO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리츠화재는 26일 주주총회에서 김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처리한다.
김 부회장은 2015년 3월 메리츠화재의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변이 없다면 김 부회장이 모두 9년에 걸쳐 메리츠화재를 이끌게 되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오너 경영인인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이나 원종규 코리안리 대표이사 사장을 제외하고 전문경영인으로서는 김정남 DB손해보험 대표이사 부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랫동안 대표직을 이어가게 된 셈이다.
신창재 회장은 2000년, 원종규 사장은 2013년 각각 대표에 올랐다. 김정남 부회장은 2010년부터 DB손해보험을 이끌고 있다.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를 통틀어 최고경영자의 한 차례 연임은 많이 찾아볼 수 있지만 재연임은 드물다.
김용범 부회장이나 김정남 부회장 이외에 권중원 흥국화재 대표이사 사장이 재연임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권 사장의 임기는 2년 단위로 모두 6년이다. 권 사장의 재연임은 26일 흥국화재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권 사장은 2017년 3월 흥국화재 대표에 올랐다.
최근 보험업계에서도 장수 CEO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코로나19와 더불어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등 보험업황 전망이 좋지 않은 데다 올해 들어 설계사 모집수수료 개편안인 1200%룰 시행, 제4세대 실손의료보험 출시, 설계사 등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의무화 등 보험업계의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보험산업 이해도가 높은 경영자에게 경영을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안정적 경영기조를 유지하려는 흐름이 금융권 전반에서 보이고 있지만 임기 5년을 넘긴 보험사 CEO는 김정남 부회장과 김용범 부회장뿐이라는 점이 돋보인다”며 “안정적 경영체제 체제를 바탕으로 메리츠화재의 실적을 더욱 끌어올리는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의 경영성과를 고려하면 재연임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 부회장은 그동안 메리츠화재의 가파른 성장을 이끌어내며 실적 개선에 성과를 보인 만큼 재연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메리츠화재의 순이익은 2014년 별도기준 1127억 원대였으나 김 부회장이 취임한 2015년 1713억 원으로 늘었다. 2016년 2578억 원으로 증가한 뒤 2017년 3551억 원으로 뛰었다.
보험업계 전체적으로 실적이 감소한 2018년에는 김 부회장도 실적 감소를 피해가지 못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9년 삼성화재를 비롯해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주요 보험사들의 실적이 2018년에 이어 연달아 감소했음에도 메리츠화재의 실적은 ‘나홀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순이익은 4334억 원을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2019년보다 59.8% 늘었다. DB손해보험은 순이익 5021억 원, 현대해상은 순이익 3061억 원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