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2021-02-2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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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수감 중인 채로 20조 원 규모의 고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지분 상속이 진행된다.
지분은 대부분을 이 부회장이 물려받을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은데 이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상속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과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오른쪽),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왼쪽).
28일 삼성 안팎에 따르면 이건희 전 회장의 상속 신고기한은 4월 말로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기한 안에 상속세를 자진신고·납부하면 3%를 공제받지만 기한을 어기면 가산세를 내야 한다.
이 전 회장의 막대한 상속 규모를 고려하면 3% 공제는 결코 작지 않다. 기한 내에 상속 신고가 이뤄지면서 20조 원대에 이르는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 상속방식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의 안정적 지배와 경영권 승계를 고려하면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4.18%),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8%) 등 주요 계열사 지분 대부분을 상속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2018년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별세했을 때도 장남 구광모 회장이 지분 대부분을 물려받아 그룹 지배력을 다진 사례가 있다.
당시 구 회장은 구본무 전 회장의 LG 지분 11.3% 가운데 8.8%를 상속받았다. 구광모 회장의 여동생 구연경씨와 구연수씨는 각각 2.0%, 0.5%를 물려받아 구 회장보다 적었다.
반면 2019년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세상을 떠났을 때는 유족들이 법정상속비율에 따라 지분을 나눴다.
지주회사 한진칼 지분 17.84% 가운데 5.31%를 배우자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물려받았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 부사장 등 3남매는 4.176%씩 똑같이 상속했다.
이건희 전 회장 상속재산을 법정상속비율대로 나누면 배우자인 홍라희 전 리움삼성미술관장이 3분의 1, 이재용 부회장 등 삼남매가 9분의 2씩 물려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홍라희 전 관장은 삼성그룹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개인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이 때문에 향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홍 전 관장의 선택이 중요해질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오기도 한다.
변수는 이 전 회장 재산 상속의 핵심주체인 이 부회장의 구속수감이다. 이 부회장은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받고 수감돼 있다.
가석방, 사면 등 조기출소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만 조기출소가 된다 해도 적어도 하반기에나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여 4월 말 상속 신고시점까지는 이 부회장의 부재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의 자유로운 활동이 제한되는 만큼 홍 전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가족들의 손으로 상속 신고가 매듭지어질 것으로 보여 상속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특히 이 부회장은 법무부로부터 삼성전자 5년 취업제한을 통보받은 데다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한 재판도 남아있는 등 경영상의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삼성그룹 오너경영의 무게추가 변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이 이건희 전 회장의 상속 신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 부회장의 상황으로 당분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하기 어려워진 부분도 고려대상이다.
이에 앞서 삼성그룹 오너일가는 금융위원회에 삼성생명 최대주주 변경기한을 1월에서 4월로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만약 수감 중인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 지분을 모두 물려받으면 향후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의결권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어 이와 관련한 고민도 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건희 전 회장이 보유한 지분 상속 신고에서 또 한 가지 주목받는 부분은 상속세 재원 마련이다. 이 전 회장의 유산과 관련한 상속세 규모는 11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유족들이 막대한 상속세를 5년 동안 연부연납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상속신고를 하면서 6분의 1에 해당하는 상속세는 먼저 납부해야 한다. 이것만 해도 2조 원 가까운 적지 않은 금액이다.
삼성전자가 특별배당을 포함해 2020년 오너일가에게 1조 원이 넘는 돈을 배당했지만 당장 내야 하는 상속세를 모두 충당하기에는 부족하다. 부족분은 주식담보대출 등을 통해 마련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