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보미 기자 sbomi@businesspost.co.kr2021-02-16 15: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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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비핵심자산인 페루 광구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김양섭 SK이노베이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대규모 배터리 소송 합의금 확보에 페루 광구 자산 매각 지연까지 겹치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제동이 걸려 고심이 깊어지게 됐다.
▲ 김양섭 SK이노베이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
16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금확충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파악된다.
페루 56, 88광구 매각절차가 지난해에는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페루 정부의 승인 보류로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9월 2개 광구 지분 전량을 아르헨티나 석유회사 플러스페트롤에 팔기로 계약을 맺은 뒤 1년 넘도록 페루 정부의 승인을 기다려왔다.
매각에 성공하면 1조2천억 원가량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데 이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매각을 위한 모든 법적 요건을 충족했지만 페루 정부가 승인을 보류하면서 매각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달 말까지 매각이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페루 정부를 상대로 국제 중재절차를 신청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양섭 최고재무책임자가 매각을 서두르는 것은 그만큼 SK이노베이션 재무구조가 좋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 영업손실 2조5천억 원을 내고 2019년과 비교해 부채비율도 117%에서 149%로, 순차입금도 6조5589억 원에서 8조7254억 원으로 상승했다.
김 최고재무책임자는 2020년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021년에는 순차입금을 10조 원 이내로 유지하면서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하며 페루 광구 등 비핵심자산 매각과 SK루브리컨츠 일부 지분 매각,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 기업공개(IPO) 등 자금확충방안을 꼽았다.
하지만 연초부터 계획한 방안에 차질이 생기면서 김 최고재무책임자의 어깨가 한층 더 무거워졌다.
약속한 순차입금까지 1조2천억 원 정도 여유가 있는데 페루 광구 매각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LG와 배터리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하면서 합의금 규모가 최대 3조 원까지 제기돼 재무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게다가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영업적자를 크게 내고 재무부담 우려가 더해져 신용등급도 내려갔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해 11월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강등했고 국내 신용평가사 나이스신용평가는 2020년 12월 말 SK이노베이션 회사채 장기신용등급을 AA+/부정적(Negative)에서 AA/안정적(Stable)으로 하향조정했다.
신용등급 하락은 조달금리 인상과 직결돼 대규모 투자계획을 앞둔 김양섭 최고재무책임자는 부담될 수 밖에 없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4조~4조5천억 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세워뒀다.
투자금의 70%가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인 분리막에 투입되는데 올해가 한창 전기차배터리를 공격적으로 늘려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투자적기로 판단되는 만큼 김 최고재무책임자는 투자를 미룰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김양섭 최고재무책임자는 1966년 태어나 고려대 법대 졸업한 뒤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재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에 입사해 2011년부터 10년 동안 SK이노베이션 회계팀장, 재무기획팀장, 구매실장, 재무2실장 등을 거친 재무관리 전문가로 꼽힌다.
김 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해까지 SK이노베이션 정유 자회사 SK에너지의 재무업무를 관장하는 재무2실장 맡았는데 연말 임원인사에서 최고재무책임자로 승진해 올해부터 SK이노베이션 전체 재무를 총괄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
최고재무책임자를 맡은 첫 해부터 SK이노베이션 진로의 중요한 고비에서 책임이 막중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