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LG전자에 따르면 VS사업본부(전장)는 2013년 VC사업본부로 출범한 뒤 지난해 처음으로 MC사업본부(스마트폰)보다 더 많은 연간 매출을 거뒀다.
VS사업본부는 2020년 매출 5조8천억 원을 냈다. MC사업본부는 매출 5조2200억 원에 그쳤다.
VS사업본부와 MC사업본부는 실적이 좋은 LG전자에서 영업손실이 나는 아픈 손가락이다.
하지만 수익성에서 VS사업본부는 희망이 보이고 있다. 지난해 MC사업본부가 영업손실 8천억 원 중반대를 본 것으로 추산된 반면 VS사업본부는 영업손실 3천억 원 중반대에 머무른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보면 VS사업본부는 영업손실 20억 원으로 손익분기점에 근접해 같은 기간 영업손실 2485억 원을 낸 MC사업본부와 차이를 벌렸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VS사업본부의 실적 개선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LG전자도 2020년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하반기 VS사업본부 흑자전환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잡았다고 밝혔다.
이런 긍정적 전망은 권봉석 사장체제에서 전장사업과 관련해 외부기업과 협력이 더욱 공고해지는 데 바탕을 둔다.
LG전자는 캐나다 자동차부품기업 마그나와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2020년 12월 발표했다. 마그나는 2019년 기준 자동차부품 매출 세계 3위를 차지한 기업이다.
합작법인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가칭)’은 전기차 구동부품을 담당한다. LG전자는 최근 전기차시장이 세계적 친환경정책기조에 힘입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경쟁력 있는 기업과 협업으로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합작법인은 LG전자의 전장사업 고객사 확보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완성차기업은 고객 안전이 가장 중요한 만큼 새로운 부품사와 거래하는 데 보수적이다. 이미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한 마그나가 LG전자에게 전장사업에서 진입장벽을 낮춰줄 수 있다는 뜻이다.
LG전자는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쪽에서도 외부와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소프트웨어기업 룩소프트와 상반기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합작법인은 LG전자가 내놓은 자동차용 플랫폼 ‘웹OS오토’를 바탕으로 디지털 콕핏(조종석), 뒷좌석 엔터테인먼트시스템(RSE), 지능형 모빌리티를 위한 시스템과 서비스 등을 개발한다.
LG전자는 7월 출범 예정된 마그나 합작법인을 조기에 안정화하고 룩소프트와 협업으로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해 전장사업 경쟁력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LG전자에서 전장사업의 존재감은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받았던 완성차기업들이 최근 회복세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사업의 오랜 부진도 전장사업에 관한 기대감을 높이게 하는 요인이다. 두 사업부문은 함께 LG전자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혀 왔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전장사업은 실적 개선이 순조로운 반면 모바일사업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MC사업본부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째 적자를 보고 있다. 이 기간 누적 영업손실은 5조 원 규모에 이른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MC사업본부를 놓고 매각이나 사업축소 등 특단의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권봉석 사장은 1월20일 LG전자 MC사업본부 구성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우리의 현재와 미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