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채권금리 상승에 힘입어 실적을 개선하는 데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금리가 상승하면 자산운용을 통한 수익이 늘어나고 변액보험 보증준비금으로 쌓아야 할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
9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채권금리가 높아지면서 자산운용 포트폴리오 가운데 채권 비중이 가장 높은 한화생명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사는 소비자에게 받은 보험료를 안전자산인 국공채 등에 투자해 이익을 얻는데 채권금리가 상승하면 수익률이 함께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한화생명은 자산의 약 60%를 채권에 투자했다. 삼성생명은 56%가량을 채권에 투자했다. 교보생명은 주로 유가증권에 투자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7월 평균 0.83%에서 올해 1월 평균 0.97%로 올랐다. 같은 기간 국고채 10년물은 1.36%에서 1.68%로 상승했다.
8일 마감된 국고채 1년물 금리는 0.68%인데 5년물 금리는 1.3%로 1년물의 약 2배에 이른다. 10년물의 금리는 1.82%로 1년물 금리의 2.7배가량 높다.
장기물로 갈수록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채권 수급에서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의미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국고채를 대량으로 발행하면서 공급이 늘어나 채권가격은 내려가고 채권금리는 올라간 것이다.
채권금리 상승기조는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점진적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과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에 따라 국채물량이 늘어나면서 장기채를 중심으로 금리가 계속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여승주 사장은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손해율이 개선돼 실적 반등에 성공했는데 채권금리 상승에 힘입어 올해에도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채권금리가 상승하면 변액보증준비금 적립부담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변액보증준비금은 변액보험 원금과 사망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한 재원으로 국고채금리에 따라 적립규모가 결정된다.
변액보험을 판매한 시점의 예정이율(보험료를 결정하는 이율)보다 현재 투자 수익률이 하락할 때 그 차액만큼을 변액보증준비금으로 쌓아야 한다.
반대로 채권금리가 상승하면 투자 수익률이 늘어 그만큼 적립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채권금리가 오를 때에는 이미 쌓았던 보증준비금의 일부가 환입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 2427억 원을 냈다. 2019년 587억 원보다 313.7% 급증한 규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