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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개인적으로 인생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최 회장이 가정사와 관련해 ‘깜짝’ 커밍아웃한 뒤 내연녀를 위해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최 회장 개인의 스캔들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사태의 추이에 따라 파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이 이혼결심을 선언한 뒤 횡령의혹이 불거지는 등 뜻하지 않는 곳으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주식자산만 4조 원이 넘는 굴지의 재벌총수가 전직 대통령 딸과 이혼을 선언했고 여기에 내연녀와 혼외자까지 등장했다. 재벌가를 다룬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초대형 스캔들인 셈이다.
여기에다 최 회장이 내연녀를 위해 고급빌라를 매입해 줬다는 의혹까지 터져 나왔다.
내연녀로 알려진 김모씨가 2008년 1월 SK건설로부터 강남의 고급빌라를 매입했다가 이를 2010년 SK그룹 해외법인에 되팔아 결과적으로 2년여 만에 8억 원이 넘는 차익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최 회장이 김씨와 관계를 맺고 있던 시점이었던 만큼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사안이란 의견이 많다. 최 회장이 공금인 회삿돈을 이용해 내연녀에게 이득을 안긴 것이라면 이는 범죄에 해당된다.
SK그룹은 이런 의혹에 대해 부동산 거래 사실은 맞지만 불법적 거래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SK그룹 관계자는 “매입은 2008년, 매도는 2010년 이뤄졌는데 회삿돈 이용정황이 있었다면 최 회장이 2011년 검찰수사를 받을 때 이미 드러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최 회장은 SK그룹 계열사에서 465억 원을 빼돌려 선물옵션에 투자한 혐의로 징역 4년의 유죄판결을 받았다. 또 2003년과 2008년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해서도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받은 전력도 있다.
이번 횡령의혹을 놓고도 논란이 확대될 경우 최 회장이 또다시 수사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최근 재벌기업 총수에 대한 도덕적 잣대가 갈수록 엄격해지면서 감시의 눈초리도 더욱 매서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기업인으로 최대위기를 맞았던 것은 2000년대 초반 이른바 ‘소버린’ 사태다.
소버린자산운용이 SK그룹에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건이다.
최 회장은 소버린자산운용의 거센 퇴진압박에도 경영권을 지켜내는 데 성공했지만 소버린 사태 이후 상당한 트라우마를 겪었다.
소버린자산운용은 당시 국내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해외투기자본으로 매도됐지만 해외투자자가 국내 재벌기업을 지배하는 오너의 자질을 문제 삼은 첫 사례이기도 했다.
제임스 피터 소버린자산운용 대표는 2004년 2월 최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이렇게 주장했다.
“SK가 제안한 이사 선임에 대한 엄격한 윤리적 기준이 사외이사뿐 아니라 사내이사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