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에서 내놓은 은행 및 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을 제한하는 권고안을 놓고 손 회장이 정부와 소통능력을 보여줄 시험대에 올랐단 시선이 나온다.
손 회장은 NH농협금융지주의 사실상 첫 내부출신 회장으로 이전의 관료출신 회장들과 비교해 금융당국과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시선이 있다.
2012년 NH농협금융지주가 출범하면서 농협 내부출신의 신충식 전 회장이 초대 회장에 선임됐으나 단 3개월 만에 물러났고 그 뒤로는 신동규, 임종룡, 김용환, 김광수 등 금융관료출신이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지냈다.
손병환 회장은 1990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NH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 부장, 농협중앙회 기획실 실장, 농협중앙회 농협미래경영연구소 소장, NH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 부문장, NH농협금융지주 경영기획부문 부문장을 지냈다. 2020년 3월 NH농협은행 은행장에 선임된 뒤 올해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올랐다.
손 회장이 배당제한 권고안의 예외에 NH농협금융지주가 포함되도록 금융당국의 이해를 구한다면 정부와 의견조율을 하는데 관료출신보다 불리할 수 있다는 시선을 걷어낼 수 있다.
손 회장은 국책은행에 배당제한 예외를 둔 것처럼 농협의 특수성을 고려해 농협금융도 예외를 적용해야 한다고 금융당국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NH농협금융지주는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정부의 농업정책에 보조를 맞추며 정책자금을 집행하는 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1월27일 은행과 은행지주의 배당을 한시적으로 순이익의 20% 안에서 실시하도록 권고하는 안을 의결했다. 다만 정책금융기관인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은 예외로 제외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배당제한 권고안을 내놓으면서 농업계에서는 NH농협금융지주의 배당이 줄어들면 농가지원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농협중앙회는 계열사로부터 받는 농업지원사업비와 배당금을 통해 농민들을 지원하고 있는데 배당금이 축소되면 비료·농약 지원 등 농민 지원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NH농협금융지주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NH농협금융지주는 배당금으로 5천억 원을 농협중앙회에 지급했다. 배당성향은 28%다.
NH농협금융지주의 배당금이 줄어들면 농협중앙회는 살림살이가 빠듯해질 수 있다.
농협중앙회는 2012년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며 지주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자본금을 정부출연금 대신 농협금융채권으로 발행해 높은 이자부담을 지고 있다.
수익성 있는 사업들은 대부분 금융지주와 경제지주로 넘겨줬기 때문에 자체수익사업은 없고 들어오는 배당금으로 농업지원사업과 조합원 배당에 필요한 돈을 충당하는 구조다.
NH농협금융지주가 배당금 이외에 농업지원사업비를 농협중앙회에 납부하고 있기 때문에 배당제한 예외를 적용하는 데 명분이 다소 부족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NH농협금융지주는 2012년 4351억 원을 시작으로 2019년까지 매해 3천억~4천억 원씩 모두 3조1180억 원을 지급했다.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3211억 원을 납부했다.
하지만 막대한 농업지원사업비가 NH농협금융지주의 건전성을 헤친다는 이유로 논란이 끊이지 않으며 해마다 국정감사의 단골 지적사항으로 올라온 만큼 배당 축소분 만큼 농업지원사업비를 늘리기는 쉽지 않다.
아울러 농협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소관 부처다. 농업지원사업비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농협중앙회 정관 변경과 관련해 농식품부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농협중앙회 정관에 따르면 농업지원사업비는 그해 매출에 직전 3년 동안 평균매출에 따른 ‘부과율’을 곱해 책정된다. 부과율은 영업수익 구간별로 △10조 원 초과 1.5~2.5% △3조 원 초과 10조 원 이하 0.3%~1.5% △3조 원 이하 0.3% 이하로 정해진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