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진 롯데손해보험 대표이사가 재무 건전성 지표를 관리하는 데 암초를 만났다.
지급여력비율을 보험업계에서 바라보는 마지노선까지 끌어올리며 한숨 돌리나 싶었지만 무해지보험과 관련한 회계오류를 바로잡으면서 지급여력비율이 업계 최하위로 떨어졌다.
1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최 대표가 예상치 못한 지급여력비율 하락에 대응해 자본확충방안을 고심하게 됐다.
무해지(저해지)보험의 해지 환급금과 관련한 회계상 오류로 자본을 지나치게 많이 잡고 있던 점이 나타나 이를 수정하면서 지급여력비율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무해지(저해지)보험은 해지할 때 해약환급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적게 지급하는 대신 보험료가 적은 보장성 보험이다.
무해지보험이라고 해도 일부는 환급이 된다고 가정해 환급금을 계산해야 하는데 무해지보험은 해지환급금이 없다고 판단해 가용자본이 실제보다 크게 계산됐다. 이 때문에 지급여력비율이 높게 나온 것이 이번에 오류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롯데손해보험은 1월29일 정정공시를 통해 2020년 9월 기준 지급여력비율을 192.9%에서 169.4%로 수정했다. 롯데손해보험 이외에 메리츠화재, 흥국화재, 하나손해보험도 1월 지급여력비율 정정공시를 냈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이를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지표다.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기타포괄손익 누계액 등을 합한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을 지급여력기준금액(책임준비금, 위험보험료)으로 나눠 계산된다.
정정공시가 이뤄지면서 롯데손해보험의 지급여력비율은 금융감독원의 권고수치인 150%는 넘겼지만 손해보험사 가운데 최하위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최 대표도 자본확충방안을 마련하는 데 다급해졌다.
2023년 새 국제보험회계기준이 도입되면 부채 평가기준이 원가에서 시가로 바뀌면서 요구자본이 커져 지급여력비율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유상증자, 후순위채 발행,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자본확충에 공을 들이며 지급여력비율을 최소 200% 수준으로 맞추려고 한다.
최 대표가 지급여력비율을 다시 이전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면 약 2천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난해 후순위채 발행 과정에서 후순위채 발행액 900억 원 가운데 400억 원이 미청약되는 등 수요예측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주관사인 메리츠증권이 잔액을 인수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던 만큼 최 대표가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주주인 JKL파트너스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안도 불투명하다.
JKL파트너스는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한 뒤 2019년 말 3750억 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다.
롯데손해보험 재매각을 바라는 사모펀드로서는 대규모로 자금을 더 투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시선이 있다.
롯데손해보험 관계자는 “자본확충을 위한 구체적 방안은 아직 확정된 것 없다”며 “지급여력비율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 출신으로 롯데손해보험 기업가치를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2019년 10월 롯데손해보험 대표이사에 올랐다.
최 대표는 행정고시 43기 출신으로 2015년 JKL파트너스에 합류했다. 과장급 이하 현직 공무원이 사모펀드로 자리를 옮겼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