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보미 기자 sbomi@businesspost.co.kr2021-01-27 16: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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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C의 동박계열사인 SK넥실리스가 첫 해외 생산기지를 말레이시아로 결정한 데 이어 유럽과 미국을 대상으로 추가 생산공장 설립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김영태 SK넥실리스 대표이사 사장은 진입장벽이 높은 동박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려 급격히 성장하는 시장에서 승기를 잡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 김영태 SK넥실리스 대표이사 사장.
27일 SK넥실리스에 따르면 동박 해외공장을 말레이시아에 새로 설립하기로 한 데 이어 유럽과 미국에서도 생산기지 부지를 찾고 있다.
SKC 관계자는 “SK넥실리스는 추가 해외공장 설립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지만 2025년까지 현재보다 5배 넘는 동박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지역에 해외공장을 추가로 세울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K넥실리스는 현재 국내 정읍 공장에서만 3만4천톤 규모의 동박을 생산하고 있다.
김영태 사장은 최근 전기차배터리용 동박 수요가 급증하며 현재 정읍 공장이 가동률 100%로 운영되면서 추가 증설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2025년까지 동박 생산능력을 최대 19만톤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K넥실리스는 고객사인 전기차배터리기업들의 생산 증설일정에 맞춰 유럽과 미국에 생산거점 투자가 유력해졌다”며 “글로벌 동박 생산 세계 1위 기업을 향한 첫 걸음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이 말레이시아에 신규공장 설립계획을 발표하자마자 곧바로 유럽과 미국 모두 생산공장 추가 설립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전기차기업들이 공격적 판매계획을 내놓으면서 급격한 시장 성장에 대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SK넥실리스는 특히 미국에서 사업 성장성이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노 연구원은 “SK넥실리스 해외기지 성장성 극대화는 미국 투자에서부터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주요 고객사의 미국 생산능력 증가폭이 가장 높은 데다 미국이 내부 생산제품 구매 우선전략을 펼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K넥실리스는 주요 고객사로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일본 파나소닉 등을 두고 있다.
게다가 동박 경쟁사들이 아직 미국에는 생산공장을 설립하지 않고 있어 성장이 보장된 시장인 만큼 발빠른 증설로 누릴 수 있는 이점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동박 경쟁사들은 현재 원가 절감을 위해 말레이시아에, 유럽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헝가리에 생산기지를 마련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른 동박 공급부족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배터리용 동박시장은 2018년 1조5천억 원에서 2025년 10조 원 이상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글로벌 전기차배터리용 동박 수요는 51만톤으로 공급 50만톤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배터리에 들어가는 양질의 동박 제조사는 세계적으로 6곳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전기차배터리용 동박시장 점유율은 집계가 어려운 중국 왓슨을 제외하면 대만 창춘(CCP)이 12.9%를 차지해 1위에 올라있다.
그 뒤를 일진머티리얼즈(9.7%), SK넥실리스(7.4%), 일본의 후라카와(2.8%)와 니폰덴카이(2.3%) 등이 따르고 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2020년 11월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동박은 진입장벽이 높은 데다 전기차배터리소재 가운데서도 특히 공급부족이 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경쟁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린슈홍 대만 창춘그룹 CEO는 2020년 10월 대만매체 타이완비즈니스토픽스와 인터뷰에서 “전기차배터리 수요 증가로 공급부족을 겪고 있다”며 “2023년까지 전기차배터리용 동박을 만들기 위해 세계에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더라도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국내 익산 공장에 1만5천톤 규모의 동박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공장 생산능력을 현재 연 2만톤에서 올해 말 4만톤까지 늘려 모두 5만5천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헝가리에 동박 후공정 신규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헝가리 공장에서 전기차배터리용 동박 생산능력을 올해 1만 톤에서 2025년 7만5천 톤까지 공격적으로 증설하기로 했다. 고려아연도 동박을 신사업으로 낙점하고 2022년 10월까지 1만3천 톤 규모의 동박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다.
김영태 사장은 2025년까지 증설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하면 생산능력에서 글로벌 1위에 오를 수 있다. SK넥실리스의 동박 제조기술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독자기술로 머리카락 30분의 1 크기인 4.5㎛(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초극박 동박을 세계 최장 50㎞ 길이 롤로 양산화하는 기술력을 선보였다.
김영태 사장은 26일 동박 첫 해외공장 지역을 말레이시아로 결정해 해외진출 본격화를 알리며 “말레이시아 진출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추가 투자로 글로벌 확장을 가속화해 글로벌 1위 동박 제조사로 자리매김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