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기간 메리츠화재의 장기인보험 신계약 보험료는 1695억 원에서 1406억 원으로 17% 감소했다.
메리츠화재의 보험료 수입 감소폭이 삼성화재의 감소폭보다 더 컸지만 월별 실적은 다른 흐름을 보인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메리츠화재보다 장기인보험 신계약 보험료를 20억 원에서 40억 원가량 더 거뒀다. 하지만 9월부터 그 차이가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해 11월 메리츠화재의 실적이 삼성화재 실적을 넘어섰다. 12월에는 보험료 수입 차이가 16억여 원으로 벌어졌다.
2017년부터 장기인보험 판매에 공을 들였던 김용범 부회장이 지난해에는 손해율 및 사업비율 등을 관리하기 위해 공격적 영업을 자제하고 내실을 강화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4분기에 메리츠화재의 성적이 더 좋았다.
김 부회장은 이 기세를 이어가며 장기인보험시장 공략에 힘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장기인보험시장 점유율 20%를 달성해 1위에 올라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장기인보험시장 점유율은 삼성화재가 약 20%, 메리츠화재가 16%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달마다 영업이슈가 다를 수 있는 만큼 월별 실적보다는 연간 실적이 더 벌어졌다는 점을 봐야 한다”며 “더욱이 삼성화재는 사람과 관련한 인보험에 한정하기보다는 재물보험이나 화재보험 등을 포함한 장기보험시장 전체를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영무 사장은 올해 경영전략으로 금융권의 화두인 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함께 경영효율 개선을 통한 내실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최 사장은 신년사에서 “2021년은 본업 경쟁력 차별화를 통한 손익과 미래가치 중심의 내실있는 성장을 추구할 것”이라며 “장기인보험을 비롯해 자동차보험, 일반보험 등 모든 부문의 경영효율을 개선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체질혁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가 손해보험업계 1위인 만큼 보험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움직이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영업전략을 펼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 사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사이 김 부회장이 장기인보험시장 영업에 힘을 싣는다면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의 순위가 충분히 뒤바뀔 수 있는 셈이다.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의 순위 싸움에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등 3위권 보험사의 성장세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장기인보험 시장의 크기가 무한하지 않은 만큼 보험사들이 고객을 나눠가지는 구조인 셈인데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등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 그만큼 삼성화재나 메리츠화재 등의 점유율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장기인보험 신계약 보험료로 1242억 원을 거뒀다. 2019년 1080억 원에서 14.9% 증가했다. DB손해보험도 2019년 1170억 원에서 2020년 1239억 원으로 5.9% 늘어났다.
장기인보험은 보험료 납입기간이 3년 이상으로 상해·질병 등 사람의 신체와 생명의 위험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암보험과 어린이보험, 치매보험, 치아보험 등이 대표적이며 실손의료보험도 포함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유병자상품 증가, 표적항암 약물허가 치료비 특약 경쟁, 7월 제4세대 실손의료보험 출신 등 장기인보험시장에서 보험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며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의 양강구도가 아닌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등을 포함한 4파전 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