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가 현직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금융관료출신의 인사들을 임원으로 영입하며 금융당국과 소통창구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금융복합기업집단의 감독에 관한 법률’ 시행을 비롯해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및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 등에 대비해 정책적 대응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
메리츠화재는 감사, 준법감시 및 소비자보호업무를 총괄하는 윤리경영실장의 세대교체를 통해 감독기관과 원활한 소통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1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관료출신의 인사를 영입하는 움직임이 손해보험협회 등 금융협회장 인선뿐만 아니라 일선 보험사에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말까지 금융위원회에서 일했던 김선문 전 기업회계팀장을 상무급으로 영입한다.
현재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2월부터 삼성화재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팀장은 행시 46회 출신으로 기획예산처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금융위 산업금융과, 보험과, 구조개선지원과 등을 거쳐 기업회계팀장으로 일했다.
기업회계팀은 기업의 회계감리 검토를 비롯해 외부감사·공인회계사제도, 회계기준 제·개정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최근까지 기업회계 업무를 담당했던 김 전 팀장의 약력을 고려하면 삼성화재의 김 전 팀장 영입은 회계환경 변화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3분기 금융그룹 통합공시가 처음으로 시행되며 소유·지배구조를 비롯해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체계, 자본 적정성 등의 관리·감독이 강화되고 있다
삼성화재로선 그룹 내 자본 적정성 등을 대외적으로 공개해야 하므로 회계관리 부담이 늘어났다.
지난해 말에는 ‘금융복합기업집단의 감독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금융당국이 삼성 등 금융그룹을 관리·감독할 수 있게 됐다.
2023년에는 새 국제보험회계기준과 신지급여력제도가 도입돼 보험사의 회계환경도 크게 바뀐다.
새 국제보험회계기준 시행에 맞춰 신지급여력제도가 도입되면 보험사의 부채 평가기준이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돼 부채비율이 커질 수 있다. 2020년 9월 기준 삼성화재의 지급여력(RBC)비율은 319.2%로 다소 여유가 있지만 새 회계제도 도입에 앞서 꼼꼼하게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
삼성화재는 기업회계관리에 정통하면서도 금융당국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인물로 금융위 출신의 김 전 팀장을 영입한 셈이다.
메리츠화재도 금융관료출신 인사를 임원으로 영입했다. 다만 회계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는 삼성화재와 달리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에 대응해 감독기관과 원활한 조율을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강영구 전 윤리경영실장(사장)의 후임으로 서수동 법무법인 태평양 전문위원을 전무로 영입했다. 서 전무는 지난해 3월 금융감독원을 퇴직했다.
서 전무는 보험감독원 경영분석국, 기획조정국, 손해보험국을 거쳐 1999년 금융감독원 출범 뒤 생명보험검사국, 기획조정국, 동경사무소, 보험감독국 등에서 일했다. 2009년 이후 생명보험검사국, 금융투자검사국, 공보팀, 조직예산팀, 인사팀 등에서 팀장 및 실장을 맡았다.
서 전무는 보험분야 가운데 감독 및 검사, 제재 전문가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소비자 보호기조가 강화되고 윤리경영실의 주요 업무창구가 금융감독기관인 만큼 강영구 전 사장에 이어 다시 금감원 출신의 감독, 검사, 제재 전문가를 영입해 대관업무를 맡긴 것으로 풀이된다.
서 전무의 나이를 고려하면 이러한 시각에 더욱 힘이 실린다.
서 전무는 1964년 태어나 올해 58세다. 금감원의 주요 보직자의 연령대에 맞춘 인사라는 것이다. 강 전 사장은 1956년 태어나 강 전 사장과 비슷한 연배의 금감원 담당자들은 이미 퇴직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