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KB국민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늦어도 다음주 안으로 디지털자산 관리기업 한국디지털에셋(KODA)의 가상자산 수탁(커스터디)서비스를 개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20년 11월 KB국민은행은 해치랩스, 해시드와 함께 투자해 한국디지털에셋을 설립했다. 국내 은행권 가운데 가장 먼저 가상자산 수탁서비스에 뛰어든 것이다.
한국디지털에셋은 우선 자금세탁 방지(AML) 솔루션을 갖춘 가상자산 커스터디서비스를 선보이게 된다.
커스터디는 디지털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을 의미한다. 넓은 의미로는 보관자산을 활용해 여러 방면으로 운영하는 행위까지 포함한다.
KB국민은행이 가장 먼저 가상자산시장에 진출한 것은 한 발 앞선 준비의 결과다. KB국민은행은 2019년 6월 디지털 자산수탁 기술을 보유한 아톰릭스랩과 업무협약을 맺고 가상자산 수탁서비스를 준비해왔다.
KB국민은행은 가상자산이 활발해지는 미래에는 은행의 역할이 교환과 송금, 보관에 머물지 않고 자산관리, 투자금융에까지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KB국민은행 가상자산 수탁사업 이끌고 있는 조진석 IT혁신센터장은 "자산별 특성에 따라 시기는 달라질 수 있지만 결국 모든 영역의 자산이 디지털화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현재 전통금융권이 하고 있는 사업이 가상자상 영역에서 똑같이 한 쌍처럼 이뤄지게 될 것이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조 센터장은 "향후 대출과 결제, 투자플랫폼, 프라임브로커리지까지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KB금융그룹은 기존 전통금융권에서 지니는 강점을 활용해 한국디지털에셋과 연결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3월25일 시행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의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통한 금융거래가 의무화되면서 국내 다른 은행들도 가상자산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신한은행은 7일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며 가상자산 커스터디시장에서도 KB국민은행과 '리딩뱅크' 경쟁을 이어가게 됐다.
우리은행, NH농협은행, 하나은행 등 주요 은행들도 블록체인 기술을 지닌 업체와 제휴하거나 관련 기술을 연구하는 등 준비를 하고 있다.
높은 신뢰와 안정성이라는 은행의 강점을 가상자산에 넓히게 되면서 가상자산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관의 가상자산 보유위험이 크게 줄어 가상자산시장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JP모건, 골드만삭스, 씨티뱅크 등 외국 대형은행도 가상자산 커스터디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전통금융권의 가상자산시장 진출은 세계적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상화폐 제도화를 위한 움직임도 최근 6개월 동안 활발해졌다. 재무부 산하 미국 통화감독청은 2020년 7월부터 은행들에게 가상자산 수탁서비스를 허용했으며 4일에는 금융기관이 블록체인 네트워크 운영에 참여하거나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이 밖에 한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 일본 등 여러 나라는 디지털화폐를 도입하는 방안과 관련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가상자산이 완전히 제도권으로 들어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브라이언 브룩스 통화감독청장이 15일 사임하고 후임자 자리에 브레이크 폴슨 최고 운영 담당자가 오르면서 지금까지 보여왔던 가상자산 우호기조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브룩스 청장은 임기시절 정치권으로부터 "가상가상에 골몰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재무장관 후보로 지명된 재닛 옐런 전 미국 중앙은행 의장이 가상화폐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가상자산 제도화와 관련한 불확실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국내 금융당국도 특금법 시행과 관련해 '특금법은 국제기준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자금세탁 방지의무를 부과하는 것일 뿐 제도화는 아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