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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최근 모든 임직원의 연봉을 1천만 원씩 올리라고 지시하자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회장은 그동안 직원들에게 ‘짠돌이 경영’으로 이름이 높았다. 그런데 갑자기 연봉을 올려주고 직원 복지혜택을 확대하라는 ‘통큰 지시’를 내리자 모두 의아해 하면서 승계를 고려해 직원 마음잡기라는 말이 절로 나온 것이다.
이 회장은 올해 74세다. 재계 회장 가운데도 고령에 속한다. 다른 그룹 같으면 벌써부터 2세들이 경영수업을 받고 경영일선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부영그룹은 조용한 편이다. 이 회장은 이와 관련해 “자식들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강제적으로 경영권을 물려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2세 승계는 아직 초보단계다. 이 회장은 보유하고 있는 부영그룹의 지분 가운데 2.8%만 장남 이성훈 부영 전무에게 물려준 것으로 파악된다. 다른 자녀들에게 넘겨준 지분 승계율은 3.3%에 불과하다. 이 회장이 보유한 주식자산은 1조8천억 원 가량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회장 자녀 3남1녀가 받은 주식자산은 610억 원 정도에 그친다.
이 때문에 업계는 이 회장이 과연 부영그룹을 누구에게 어떻게 승계할 것인지를 놓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주식을 물려받고 세금을 내려면 동원해야 할 금액이 9천억 원 가량이어서 이 회장의 고민이 높을 것으로 본다. 이런 고민이 "강제적으로 경영권을 물려줄 필요가 없다"는 이 회장의 발언이 나온 배경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래도 이 회장의 자식 ‘내리사랑’은 각별하다. 특히 영화사업을 하는 막내아들 이성한 감독에게 계열사를 동원해 거액을 지원하고 급기야 손실을 만회해 주기 위해 인수합병으로 회사까지 떼주기도 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이성한 감독은 일찍이 경영보다 영화에 관심을 뒀다. 그는 35세 되던 2006년 본격적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첫 작품이 참패를 맛보면서 차기작의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데 실패했다.
이 감독은 2009년 부영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대표가 됐다. 이 감독은 2011년 영화 ‘히트’를 만들었다. 그는 이 영화의 제작비를 부영그룹 계열사인 동광주택에서 빌렸다. 이 감독은 35억 원 가량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돈을 전혀 갚지 못했다. 부영그룹은 이 돈을 빌려준 경위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
이 회장은 이 감독 영화의 흥행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감독이 영화를 발표할 때마다 부영그룹 직원들은 영화홍보에 나섰고 영화표를 구입했고 영화 DVD도 사들였다. 그러나 이 감독이 만든 영화는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면서 부영엔터테인먼트 재무상황은 더욱 열악해졌다.
부영엔터테인먼트는 2012년 영화와 아무 관련이 없는 부영그룹 계열사 대화기건을 합병했다. 대화기건은 당시 “물적,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사업역량을 집중하고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나 부영엔터테인먼트를 살리기 위해 이 회장이 부영그룹 계열사 하나를 떼어주는 고육책을 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부영그룹은 부영엔터테인먼트에게 홍보영상물을 맡기는 등 이런 저런 지원을 했다. 하지만 부영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4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져 있다. 손실액이 매출액의 3배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