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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1등 삼성 DNA’가 바이오사업에서도 통할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바이오사업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삼성그룹이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바이오사업에서 성공할 경우 이재용 체제에서 삼성그룹은 사업구조의 일대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규모의 경제로 글로벌 바이오기업 변신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22일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증설효과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전 연구원은 “제3공장이 2018년 4분기부터 가동을 시작하면 경쟁업체인 론자나 베링거인겔하임의 설비능력을 초과하는 36만 리터의 세계 1위 바이오의약품 생산전문 설비를 보유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전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설비효율성과 원가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시장에 진출을 앞두고 있는데 2016년은 그 원년이 될 전망”이라며 “내년 상반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나스닥에 상장하는 모멘텀이 있고 그 뒤 바이오로직스도 상장을 검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경철 SK증권 연구원도 “삼성물산의 종속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규모의 경제로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생산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바이오기업들과 장기공급계약을 통해 안정적 CMO사업을 영위하게 되며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도 낮은 단가로 생산해 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도 돕게 된다”고 평가했다.
삼성그룹에서 바이오사업은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바이오 의약품을 위탁생산(CMO)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맡고 있다.
노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바이오시밀러를 포함해 바이오의약품의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글로벌 개발능력과 생산시설을 갖춘 삼성 바이오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 세계 최대 의약품 위탁생산시설 첫삽을 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1일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 본사에서 기공식을 열고 8500억 원을 들여 18만ℓ 규모의 제3공장 건설에 들어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제1공장에서 3만ℓ 규모의 의약품을 위탁생산하고 있고 내년 1분기 가동 예정인 제2공장에서 15만ℓ 생산규모를 갖추게 된다.
여기에 제3공장 건설이 끝나면 연간 36만ℓ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글로벌 위약품 위탁생산업체인 론자(26만ℓ), 베링거인겔하임(24만ℓ)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3공장을 2017년 완공해 생산설비의 적절성 등을 검증하는 ‘밸리데이션’ 작업을 거쳐 2018년 4분기부터 상업가동에 들어갈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런 계획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매출 2조 원,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오사업은 2010년부터 추진된 5대 신수종 사업 가운데 하나다. 삼성그룹은 당시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와 제약, 자동차용 전지, 의료기기, LED, 태양광사업을 선정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자동차용전지 정도를 제외하면 성과가 신통하지 않아 사실이어서 바이오사업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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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21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기공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영접하며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
◆ 바이오사업 성공, 이재용 '부드러운' 승계의 지름길
삼성그룹 바이오사업은 이재용 부회장의 순조로운 승계와 직결된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통합 삼성물산이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해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삼성그룹 바이오사업의 양대 핵심축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나란히 삼성물산의 자회사와 손자회사다.
바이오사업의 성과는 삼성물산 기업가치로 연결된다. 이는 곧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을 높이는 데도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부회장은 대외적으로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활동하지만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삼성그룹의 실적은 삼성전자가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업구조가 삼성전자에 치우쳐 있는 한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전체에 대한 완벽한 지배권을 행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 물론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상속받아 지배력을 높일 수도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의 주력인 반도체와 스마트폰사업에서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 바이오사업 진출, 이건희 시대 반도체 진출과 데자뷰
삼성그룹은 과거 반도체사업에 진출할 때와 마찬가지로 바이오사업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통해 시장진입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3공장을 건립하면 의약품 생산시설로 세계 최대규모가 된다.
바이오사업이 제2의 반도체라고 일컬어지는 것도 신사업 진출전략에서 과거 반도체사업과 일종의 '데자뷰 현상'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그룹 바이오사업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바이오사업 전략이 결국 연구용역, 하청업체로 귀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삼성그룹이 의약품 위탁생산이나 바이오시밀러 생산에 그치지 않고 바이오 신약 연구개발과 상품화까지 바이오사업의 영토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세계 제약시장은 2014년 기준으로 7810억 달러나 된다. 이 가운데 바이오의약품은 23% 수준인 약 1790억 달러다. 메모리반도체시장이 825억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2배가 넘는 수준이었다. 그만큼 성장성이 돋보이는 시장인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글로벌 바이오기업으로 제2의 신화를 만들어 낼 경우 이재용 부회장 시대의 삼성그룹은 과거 이건희 회장 시대와 완전히 다른 색깔의 그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