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노조가 일방통행식으로 추진되는 판매전문 자회사 설립에 반발해왔던 만큼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조와 대화를 시도하는 점은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다.
김태갑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한화생명 지부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한화생명 단체협약에 따르면 조합원을 다른 회사로 전직시키려면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데도 물적분할 방식으로 자회사를 설립해 조합원을 이동시키려 한다”며 “여전히 판매전문 자회사 설립에 반대하지만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여 사장은 노조와 대화에서 직원들의 고용불안을 해소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 사장이 판매전문 자회사를 설립하면서 구조조정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여전히 노조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 사장은 지난해 12월24일 경영공유세션에서 “시장을 선점하고 확장하는 1등 전략을 추구하는 만큼 인력 축소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며 “오히려 인력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는 기존 단체협약이 판매전문 자회사에 적용되지 않는 점 등을 이유로 직원들이 자회사로 이동한 뒤 근로조건 저하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여 사장은 4월1일 판매전문 자회사를 출범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일정을 맞추기 위해 노조의 협력없이 판매전문 자회사 설립을 밀어붙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판매전문 자회사의 핵심자산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화생명 직원 1400명, 전속설계사 2만 명 이상이 판매전문 자회사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들의 이해를 얻지 못하면 판매전문 자회사를 설립하더라도 기대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여 사장은 판매전문 자회사 설립을 통해 △초대형 판매전문회사로 도약 △규모의 경제를 통한 연결이익 증가 △제판분리 선제적 대응을 통한 시장 선도 등을 기대하고 있다.
여 사장은 판매전문 자회사 중심의 영업전략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여 사장은 “독립법인보험대리점(GA)의 시장점유율이 꾸준히 높아지는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을 통한 공격만이 현재 상황을 이겨낼 해결책”이라며 “보험영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고 꾸준한 확장전략으로 1등 판매전문회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여 사장이 2021년 조직개편을 통해 보험부문, 신사업부문, 전략부문 등 3부문체계를 꾸리면서 보험부문장을 직접 맡은 것도 보험 영업전략 변화를 빠르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생명 보험부문은 개인영업본부, 전략채널본부, 투자사업본부, 사업지원본부 등 4개 사업본부로 구성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