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민연금공단 안팎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2021년 1월에 열릴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민연금기금 투자기업의 이사회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기준(이하 투자기업 기준)’을 안건으로 다시 논의한다.
투자기업 기준은 2018년 도입된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원칙)와 2019년에 만들어진 이사 해임·선임을 포함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이번에 구체적 세부지침을 마련하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은 기업투자와 관련해 주주, 이사회, 감사기구 등에 핵심원칙 10개와 세부원칙 27개로 나눠 투자기업 기준안을 마련했다.
7월에 열린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투자기업 기준안을 놓고 한 차례 논의했지만 더욱 구체적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12월 기금운용위원회에서는 충분한 논의를 위해 다음 회의 안건으로 다시 올리기로 했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투자기업 기준안을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한 뒤 경영계의 의견을 청취해 수정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투자기업 기준안에서 ‘이사회는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을 마련하여 운영하고 지속적으로 개선·보완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규정을 ‘승계정책을 만들고 공개하도록 노력한다’로 수정해 수위를 낮췄다.
또 초안에서 감사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했던 내용도 수정안에서는 3분의 2로 비율을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공단은 초안에서 감사위원회에 상법이 허용하는 사외이사 인원의 최대치를 두도록 했지만 수정안에서 상법 규정의 최소치로 비율을 조정한 셈이다.
국민연금공단은 투자기업 기준을 놓고 재계의 반발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공단은 투자기업 기준이 이해관계인에게 국민연금기금의 주주활동 행사방향을 알려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재계에서는 기업의 경영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018년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자 입장문을 내고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7%에 육박하는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서면 기업들에게 상당한 부담요인이 되기 때문에 개별 기업의 경영활동에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시장을 교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런 재계의 반발을 고려해 내년 1월에 열리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투자기업 기준을 더 완화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이 투자기업 기준에 한층 완화된 내용을 담는다면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주장하는 여당으로부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정춘숙, 강병원,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월 열었던 ‘2021년 주주총회, 기업지배구조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뒤에도 적극적 주주 활동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연금공단에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을 요구했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국민연금이 입은 손실이 6천억 원에 이른다”며 국민연금공단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23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주주권 행사에서 국민의 재산 보장이 가장 우선시돼야 한다”며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스튜어드십코드의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의결권 행사 사전공개 범위를 정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