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쌍용자동차 회생을 위해 지원의 손을 내밀까?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회장은 쌍용차 금융지원을 놓고 대주주의 책임있는 역할 등 원칙을 내세우며 지원을 멈췄지만 쌍용차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고심이 깊어지게 됐다.
기업회생절차는 기업이 채무를 변제할 능력이 없을 때 채무 일부를 탕감해주는 등의 방식으로 회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다.
이에 앞서 쌍용차는 15일 만기가 돌아온 외국계 은행 차입금 600억 원과 우리은행에서 빌린 대출금 150억 원 상환에 실패했다. 이에 더해 21일 산업은행 채권 900억 원 만기를 앞두고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했다.
쌍용차가 기업회생절차만 신청했다면 법원의 판단으로 공이 넘어간 만큼 산업은행이 별다르게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
하지만 쌍용차는 이번에 기업회생절차 신청과 함께 자율구조조정 지원프로그램도 함께 요청해 기업회생절차 개시까지 3개월을 벌었다.
자율구조조정 지원프로그램은 기업 회생절차의 개시결정을 유보한 채 채권자와 채무자가 그 시기에 자율적으로 사적 구조조정절차를 진행하는 제도다.
법원이 주도하는 일반적 기업회생절차와 달리 채권단이 중심이 되는 만큼 쌍용차가 최대 채권자인 산업은행에게 운명을 맡긴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쌍용차가 바로 기업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정상화를 위한 대규모 인력감축이 불가피하고 기업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면 파산하게 된다.
쌍용차가 배수진을 치고 나온 상황이어서 이 회장으로서는 이번 자율구조조정 지원기간에 쌍용차 운명을 놓고 선택을 해야 한다.
당초 이 회장은 원칙론을 내세워 쌍용차 금융지원에 나서지 않고 있었다.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마힌드라가 책임있는 역할을 보여줘야 한다고 본 것이다. 아시아나항공과 한국GM 처리 및 지원 과정에서도 이런 점을 분명히 내보였다.
산업은행은 6월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 안정기금 투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쌍용차는 코로나19 이전부터 경영 부실을 겪고 있었던 만큼 해당사항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회장은 6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돈만으로 기업을 살릴 수 없다"며 "쌍용차가 살려고만 하고 진지하게 모든 걸 내려놓는 것 같지 않아서 이런 상태에서는 과연 (지원을 해야하는 게 맞는지) 의구심을 지니고 있다”고 말하기도 헀다.
하지만 쌍용차가 파산하게 되면 고용문제와 수많은 협력사에 파장이 미칠 수 있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현실을 모른 척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정부도 쌍용차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자 협력사 충격을 막기 위해 지원반을 가동하기로 했다. 정책금융 프로그램을 활용한 대출 만기연장 등 협력업체 자금지원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쌍용차는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직원 4880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에 더해 올해 3월 말 기준 쌍용차에 납품하는 전체 1차 협력업체는 모두 448곳으로 종업원은 16만8559명에 이른다.
다만 이 회장은 취임 이후 금호타이어와 대우조선해양 등 산업은행이 품고 있던 기업들을 과감하게 매각해온 만큼 쌍용차를 직접 떠안을 가능성은 낮다.
직접적으로 쌍용차에 금융지원을 하기보다는 쌍용차 매각을 위해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쌍용차가 HAAH 오토모티브홀딩스와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산업은행이 채권단과 협의해 협상 결론이 나올 때까지 쌍용차 대출금의 만기를 연장해 주는 등 매각 추진상황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것이다.
쌍용차도 자율구조조정 지원프로그램 신청으로 벌어둔 3개월 동안 투자유치에 전력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관계자는 "마힌드라가 잠재적 투자자하고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조기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를 지니고 자율구조조정 지원프로그램을 신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