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상속세를 내는 데 삼성SDS 지분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성우 삼성SDS 사장이 기업가치를 높여야 할 이유가 더욱 커졌다.
23일 삼성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주식 상속과 관련한 세금 규모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상속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SDS 지분의 활용 가능성에 시선이 몰린다.
이 전 회장 보유 주식과 관련한 상속가액은 22일 18조9천억 원으로 확정됐다. 주식을 다 상속할 경우 세금으로 11조400억 원가량을 내야 돼 연부연납을 하더라도 매년 1조8천억 원 이상을 납부해야 한다.
아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상속인들이 어떤 방식으로 지분을 상속할지는 결정되지는 않았다.
이재용 부회장 등 3남매는 모두 삼성SDS 지분을 들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9.2%,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각각 3.9%를 보유하고 있다.
22일 종가 기준으로 이들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가치는
이재용 부회장이 1조2600억 원, 이부진·이서현 사장이 5400억 원가량이다.
삼성SDS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상단에 위치하지 않아 상속세를 마련하는 데 삼성SDS 지분이 활용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시장은 바라본다.
이재용 부회장 등 상속인들이 상속세 납부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삼성SDS 기업가치 성장이 필요하다. 새로 삼성SDS를 이끌게 된
황성우 사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운 까닭이기도 하다.
황 사장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출신으로 나노일렉트로닉스랩장, 디바이스·시스템연구센터장을 거쳐 종합기술원장을 역임하고 12월 초 인사에서 삼성SDS 최고경영자에 낙점됐다.
황 사장은 기술전문가이자 연구개발 분야 책임자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삼성SDS의 인공지능, 클라우드, 지능형공장 등 IT전략사업의 고도화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S 인사에서 강석립 IT혁신사업부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한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탠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위축됐던 IT투자가 회복세를 보이고 사회 전반의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면서 삼성SDS의 사업기회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S는 상속세 재원 확보를 위해 기업가치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며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IT서비스 전략사업의 중장기 성장성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SDS의 기업가치 불리기에서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있다.
삼성SDS는 삼성그룹 내부거래 비중이 커 규제당국이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계열사 일감을 무리하게 늘리다가는 자칫 규제당국의 철퇴를 맞을 수도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2019년 국정감사에서 삼성SDS의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금융감독원이 삼성생명과 삼성SDS의 부당 내부거래를 공정거래위원회에 통보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황 사장의 전임자인 홍원표 사장은 삼성SDS의 매출을 늘리면서도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경영전략을 추진해 왔다.
삼성SDS 매출은 2016년 8조1802억 원에서 2019년 10조7196억 원으로 증가했지만 내부거래 비중은 같은 기간 87.8%에서 84.9%로 소폭 낮아졌다.
황 사장 역시 홍원표 사장처럼 삼성그룹이 아닌 외부의 매출을 적극적으로 늘려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면서 성장을 도모하는 전략을 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황 사장은 삼성그룹 외부영입 인사로 삼성SDS 최고경영자를 맡게 됐다. 삼성전자로 들어오기 전에는 일본 NEC기초연구소, 고려대학교 등에 몸담았다.
일각에서 삼성SDS가 내부거래로 성장한 회사라는 시선을 의식해 외부출신을 대표에 앉히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홍원표 사장 역시 미국 벨연구소, KT 등을 거쳐 삼성전자에 영입된 외부출신이었다. 삼성그룹에 몸담은 시기는 홍 사장이 2007년, 황 사장이 2012년이다.
삼성SDS가 당장 배당을 대폭 강화하는 정책을 펼 가능성도 있다.
성SDS의 주당 배당액은 2018년 2천 원에서 2019년 2400원으로 늘어났고 현재 약 4조 원의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배당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